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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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이 발견한 아름다운 문장

 

거의 과학이나 역사 분야의 책만 읽어오다가 문학책은 재작년부터 읽기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에세이로 시작해서 과학을 좋아해서 SF 소설까지 읽는 중에 처음 접해본 산문집 <문학이 필요한 시간>. 산문이라 하면 사실 범위가 넓어 에세이나 칼럼, 수필 등도 산문에 포함된다. 범위가 넓은 만큼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만큼 독자에게 인상 깊게 다가가기 힘들기도 하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저자의 삶 순간순간을 책이라는 창에 빗대어 들려준다. 살아가면서 드는 생각, 갖는 감정 등에 그동안 읽어온 문학 작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이게 가능할 법도 한 이유로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 납득이 간다. 저자 정여울은 본인을 "지상의 모든 곳에서 신이 깜빡 흘리고 간 아름다운 문장을 용케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이렇게 문학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라니...독어독문과 국어 국문 학위를 받은 저자는 라디오, 오디오 클립, 많은 책들을 통해 그동안 "용케 발견한" 문장들을 알려준다.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우리가 문학을 왜 읽고, 왜 읽어야 하는 것일까? 독서를 하는 것에 있어서 이유를 물어보면 취미이기 때문에 읽는다고 할 수도 있고,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로를 얻기 위해 읽는다고 가장 먼저 말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위로를 얻기 위해 읽는다고 했을 때, 도대체 책 속의 글들이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위로해준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포기하고 싶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헤쳐나가고 무난히 넘기기 위해 저자는 여러 문학 속 줄거리, 주인공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해답을 얻는다.

 

저자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 그리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얻은 사진, 그리고 이에 맞게 등장하는 문학 작품의 이야기를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곁들여 읽어보니 책을 읽는데도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어도 제목은 많이 들어본,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문학 작품을 저자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고 나니 새해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이 어느새 하나둘씩 채워졌다.

 

 

 


 

 

우리에게 빛이 되어준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

 

우리 안에 1000개의 가능성이 있다면 수많은 사람이 그중에 10개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 나머지 990개의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십중팔구 미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라져 버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는 1000개의 가능성을 하루하루 버리며 살아간다.

문학은 그 '나머지'의 소중함, 990개의 아름다운 꿈을 일깨운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안타까이 사라져 가는 모든 잠재적 가능성이 곧 우리 자신임을 문학은 끊임없이 일깨운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권리'를 깨닫게 하는 존재가 바로 문학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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