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앤더
기대를 한 몸에 안은 등장 이래 3년여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올리앤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작가의 스펙트럼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호주를 배경으로 한 코즈모폴리턴적 세계에 더해 10대 여자아이 세 명의 부서질 듯 위태로운 시기를 해부하듯 파고든다. 호주 남부를 집어삼키는 산불처럼 하루하루 잿더미로 변해가는 열일곱 살 아이들의 마음을 개성 뚜렷한 캐릭터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구현해냈다. 이 소설이 믿음직한 하이틴 성장 서사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향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데에는 세 아이가 맞닥뜨린 균열이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끈한 커튼 뒤로 범람하는 일상적 재난 속에서, 독자에게 과연 이 혼돈의 세상을 ‘나답게 살 수 있는지’ 질문하게 한다. “여전히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한 삶 속을 헤매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는 김혼비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한겨레출판 펴냄
서수진 지음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20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코리안 티처』, 『골드러시 Gold Rush』 등이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다.

이 소설은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솔, 클로이, 엘리.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호주로 유학을 가는 해솔을 비롯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엄마가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성장해간다. 해솔 친구 유리는 변호사를 위한, 그리고 해솔은 치의대를 위한. 친구 유리는 중요한 시기에 유학을 떠나는 해솔을 말리지만, 해솔은 나름의 이유를 대며 결국 호주로 떠난다. 그렇게 떠나 머물게 된 홈스테이 집은 클로이라는 여자 아이가 사는 집. 이 곳 또한 한국에서 온 이민자 가족으로, 클로이 역시 엄마가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이다.
호주는 차고를 주거지로 개조하는 것이 불법이다. 클로이네 집의 앞집 차고를 개조한 집에 사는 엘리는 불법인 공간에 사는 만큼 불법체류자 집안이다. 부모의 케어가 부족한 만큼 엘리는 돈을 벌기 위해 학교에서 마약상이 되고,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많은 외국인이 호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가는 만큼 학교에는 이민자, 유학생 등 다양한 부류가 있고 여기서 또 부류가 나뉘는 만큼 서로를 경계하고 싫어한다.

어느 나라보다 학구열이 치열하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우리나라인 만큼 비교적 호주는 보다 더 각자의 취미와 공부 이외의 활동을 더 중요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보다 비교적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호주에서마저 한국인 유학생 또는 이민자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아이들은 주체적이지 않은, 그저 엄마가 설계한 길 위에 앞만 보고 달려간다. 마치 팔찌에 같은 구슬을 차례차례 꿰듯 인생은 다른 방향 없이 오직 그 길만 보고 가는 것이다.
그저 하라는 대로, 이방인으로, 경계인으로 위태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은 마치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는 올리앤더의 모습같다. 실화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이 소설. 지금도 어디선가 낯선 곳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해솔을 깨우치게 한 이 책 속 과외 선생님인 노아처럼, 외로운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는 사람을 꼭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