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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평점 :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펴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졌을 때, 국경 봉쇄로 발이 묶여 고립된 많은 여행자들이 있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언젠간 이 상황이 끝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이참에 푹 쉬자는 생각으로 저렴한 숙소를 잡아서 더 여행을 하고 핸드폰도 하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고립된 상황이 바다 위라면?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바다 위라면?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는 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여행 에세이, 아니 남극 탈출기(?)이다. 저자 김태훈은 세계 여행을 꿈꾸는 IT 엔지니어이다. 언젠가 떠날 세계 여행은 점점 현실로 다가왔고, 독특하게도 유럽 일주, 남미 일주가 아닌, 남극 일주를 하게 된다. 남극의 시작은 세상의 끝인, 아르헨티나의 도시 우수아이아에서 시작된다. 2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챕터 1에서 우수아이아를 시작으로 하는 14일의 남극 여행기가 이어지며, 챕터 2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배 위에서 고립된 18일의 고립생활이 이어진다.

우수아이아에서 시작되는 남극 여행 루트는 전설적인 남극 탐험가 섀클턴 탐험대의 항로를 따라 여행하는 노선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험한 파도가 치는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 4일차에 드디어 남극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남극 여행은 주로 다양한 해양 생명체와의 만남, 그리고 상쾌한 자연이 위주가 된다. 저자의 여행기를 읽으니 3년 전 중남미 여행을 떠났을 때, 우수아이아에서 접했던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생각난다. 언젠가는 나도 꼭 남극 여행을 떠나 솔즈베리 평원에서 귀여운 펭귄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할 것만 같았던 저자의 남극 여행은 책 중반쯤이 지나고서 고립생활이 시작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 세계 바이러스 창궐 소식, 이로 인해 중지된 남극 여행. 빠른 속력으로 귀항을 시도했으나 계속되는 입항 거절. 예정된 귀항지 푸에르토 마드린에서의 입항을 거절당하고 차선책이었던, 출발지 우수아이아.

이미 많은 배들이 우수아이아에서 입항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 번째 대책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이다. 며칠 일찍 먼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있던 대규모 크루즈 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대륙을 눈앞에 두고 바다 위에서, 배 안에서 고립 생활이 이어진다. 일단 입항을 해야 비행기를 타고 귀국을 하든 어떻게 할 텐데, 입항조차 거절당하니 이 얼마나 막막한 상황인가. 설상가상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의 가격은 몇 배나 오르고, 이어지는 가까운 나라들의 외국인의 입국 금지에, 힘들게 구한 비행기 표마저 하루 전에 취소되고...

영화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고스란히 하루하루 담은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책 제목과 표지만 보기에는 언뜻 남극 탐사기처럼 느껴졌지만, 다 읽고 보니 어쩌면 남극 탐사기보다 더 극한의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나마저 끝내 입국을 허락해 준 뉴질랜드와 호주 정부에게 감사하단 마음이 들 정도였다. 워낙 해외여행을 좋아하기에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어왔지만 이보다 더 역동적인 여행 에세이가 있을까? 무사히 귀국한 해피 엔딩을 읽고 나서야 이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자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계기, 혹은 좋은 교훈이 되리라고 간절히 바라며 서평을 이만 마무리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