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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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는 교수, 기업 임원, 대학교 학장 등을 거쳐 현재 출판 관련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빌 포셋을 포함한 11명의 공동저자의 저서이다. 특이한 점은 역사책이지만 역사 학자나 역사학과 교수 등의 역사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소설가와 교수를 역임 후 현재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거나, 노동조합 운동가이거나 영화 시나리오, 소설 등을 집필하는 SF 작가 등이다. 그래서 제목부터 흥미롭게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라고 지어졌을까 싶었고, 제목에 걸맞게 역사라는 재료를 가지고 흥미롭게 요리해 책 읽는 맛을 잘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다. 세계의 중심인 미국도, 새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한때 한 나라의 정세를 쥐었던 레닌까지. 그러나 영향력 있는 이들의 흑역사는 이들의 영향력만큼이나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에 실린 모든 흑역사가 세계사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큰 획을 그었겠지만,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스페인과 아즈텍 제국의 이야기이다. 1519년 코르테스가 중앙아메리카를 정복하고자 아즈텍 제국에 입성했을 때, 당시 아즈텍 제국의 황제 몬테수마 2세는 홈그라운드라는 이점과 확연히 차이 났던 수적 우세를 이용하여 스페인의 침공을 막고 쫓아낼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고대 아즈텍의 '비의 신' 케찰코와틀로 대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몬테수마 2세는 충분한 시간을 끌어 큰 군대를 동원한다면 승리할 수도 있는 선택지를 앞에 최악의 선택을 해버린 것이다. 시간을 벌고자 코르테스의 원정대에게 황금을 안겨 주고, 융숭히 대접했으며, 제국 곳곳을 보여줌으로써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코르테스 원정대는 더욱 이 땅에 대한 정복심을 키웠으며, 약 1년 뒤 몬테수마 2세는 사망에 이른다. 동시에 폭동을 통해 수도 테노치티틀란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이후 코르테스는 군대를 재정비하여 결국 아즈텍제국을 정복하게 된다. 정복을 통해 얻은 아즈텍 황금은 1588년 잉글랜드를 정복하는 스페인의 무적함대의 기반이 되었고, 점점 중앙아메리카부터 남아메리카까지 대부분의 지역에 스페인의 영향력이 끼치게 되어 오늘날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브라질은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권 나라가 되었다. 만약 아즈텍 황금이 없었다면 코르테스 원정대의 다음 목표는 북아메리카가 되었을 것이고, 몬테수마 2세는 아즈텍 원주민 문화를 수호함으로써 당시 막강했던 수적 우세가 북아메리카까지 뻗어 지금의 미국 일부는 아즈텍제국의 일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의 결혼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국교 자체를 새로 만들어버린 헨리 8세가 가톨릭과 단절하지 않았다면 비교적 우리나라보다 종교의 영향력이 더 큰 유럽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물결이 흘렀을 지도 모른다. 여섯 명의 부인을 두었고, 위풍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쳤던 헨리 8세라면 다시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침략이나 점령의 의도가 전혀 없었던 프랑스 병사들을 군대로 착각하고 공격을 주도한 조지 워싱턴이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을 했더라면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7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역시나 가장 체감이 잘 되는 부분은 히틀러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히틀러는 원래 미술을 좋아하고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미술학교 입학에 낙제하고,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바탕으로 건축학교에 지원했지만 역시 낙제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실력이 부족한 한 학생이 대학교에 떨어지는 평범한 이야기처럼 흐르지만 반유대주의를 외치는 당원으로 입당하면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한 민족을 말살시키려 한 끔찍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독일은 이러한 과거의 역사의 영향으로 정치,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 선택권이 많이 줄어들게 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알아야 하고 중요시 하는 이유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만약이라는 상황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고력이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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