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 코로나 시대에 새로 쓰는 감염병의 역사
야마모토 타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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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 현상에 빠진 지금,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야마모토 타로는 나가사키 대학의 열대의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국제 보건학 바이러스 전문가이다. 이러한 현상이 첫 발생이 아닌, 과거로부터 몇 차례 인류가 겪어온 커다란 현상들이라는 것을 언급하며, 이제는 코로나와 어떻게 공생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기회를 준다.



 코로나와 같은 심각한 전염병은 과거 인류 최초의 문명이 탄생했을 무렵, 홍역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전염병은 적어도 인구가 수십만 명 규모가 되어야 유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규모의 인구는 인류가 농업을 하고 도시를 만들며 산업을 진흥시키는 과정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이렇게 급속히 늘어남과 동시에 전염병 또한 급속히 퍼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홍역이 주로 어린아이들이 걸리는 질병이지만 과거에는 면역력이 없는 성인들도 감염되는 전염병이었다. 인구증가뿐만 아니라 인류가 야생동물을 가축화시키면서 동물에서부터 전염병이 오기도 한다. 탄저병, 홍역, 천연두 등이 그 예가 된다. 이동 생활을 하던 인류가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출산 간격이 단축되고, 전염병 확산의 필수 조건인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동시에 이동이 줄어들면서 기생충 질환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전염병이 인류 사이사이에 자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의학 기술이 발달하기 전인 과거 시대에는 어떻게 전염병에 대처했을까? 인류의 4대 문명 중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급성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문명으로, 전염병 때문에 거점이 이동하면서 줄어들다가 다시 발생했다가 하는 것이다. 기타 황하 문명, 인더스 문명 등 강을 위주로 발생했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기후로 감염병이 생기기도 한다. 문명의 발생지, 즉 부분 부분에서만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이게 어떻게 전체적으로 퍼질 수 있었을까? 중국에서 발생한 페스트가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 서쪽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항해를 통해서도 페스트 확대에 기여를 했을 가능성 또한 있다. 페스트가 바로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다. 이러한 전염병이 단순히 인구 감소 현상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력이 급감하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그 시대의 경제적인 체제 자체에 변화가 올 수가 있다. 사회 전체의 하나의 틀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전염병은 정치적으로도 이용될 수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의료 기술의 발전에 우위를 지닌 정복 국가는 식민지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유럽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아프리카의 황열병, 말라리아 등의 여러 기생충성 질환들을 바탕으로 의학 체계를 수립할 수 있었고, 이는 식민지의 건강 향상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주의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염병은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으면서 그 모습을 바꿔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한다. 20세기 중후반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위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제는 감염병이 아닌,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비감염병이 주를 이루게 되고, 페니실린이 제조되면서 점점 감염병 근절에 가까워지는 듯하면서 1979년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 근절을 선언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속절없이 퍼지고 있는 코로나19도 과연 근절을 선언하는 날이 올까? 그전까지는 저자의 말처럼, 그리고 책 제목처럼 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을 위해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뇌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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