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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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지구의 변화를 거슬러 올라가며 인류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발자취를 찾는 책이다. 지구의 다양한 변화가 인류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그 중에서도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가 큰 원인 중 하나이다. 궤도의 변화에 의해 대륙의 기후가 불안정하게 변화한다. 과거 지구는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면서 이로 인해 지구에 큰 변화가 생겼지만 인류의 기원이 되는, 양 극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아프리카는 빙하보다는 지구의 궤도 변화에 더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지역에 비가 내리고 호수의 형성, 소멸이 반복되면서 물과 인류가 사용하는 물과 식물, 그리고 먹이에 큰 변화가 생긴다. 이에 따라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환경에 적응할 환경 적응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류는 뇌가 점점 커지고 이에 따라 더 높은 지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현생 인류만 살아남기 전에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다른 인류가 있었다. 이 인류는 석기 제조 능력도 우수하고, 창으로 사냥하는 능력이 있으며, 불을 다룰 줄 알고 사람이 죽으면 매장을 하는 매장 문화 또한 가지고 있었다. 신체적으로는 오히려 현생 인류보다 더 튼튼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생 인류가 우위를 점해 살아남은 이유로는 언어 능력이 더 우수했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 협력 또한 더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구 제작 능력도 네안데르탈인 못지않게 우수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현생 인류와의 싸움에서 져서 멸종된 것이 아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현생 인류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의 시작 지점이 되는 동아프리카의 환경, 즉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인류가 생활에 변화가 생기고, 진화를 통해 지금의 인류가 형성된 것이다. 한 인류가 멸종하고, 한 인류의 생활이 변화고 이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진화를 겪은 과정을 들여다보면 인류 자체의 진화가 아닌, 지구의 변천사에 맞게 인류가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부제인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고 인류의 주 무대가 변화하는 것 또한 지구의 기후 변동 시기에 따라 발생한다. 빙기와 간빙기의 반복에 따른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이동을 촉진시켰으며, 해수면의 하강으로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로 건너가는 길인 베링 육교가 드러남으로써 비로소 인류는 전 대륙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확산된 동물 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구 환경의 변화는 이렇게 인류의 탄생과 멸종, 이동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특징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예를 들면, 유럽과 영국의 분리이다. 유럽과 영국은 원래 한 대륙이었으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완전히 분리가 되었다. 하지만 좁은 해협 하나를 가운데에 두는 유럽 대륙과 영국은 무역하기에 어렵지 않았으며 그만큼 유럽 대륙의 정치에 영국이 충분히 관여하는 것 또한 가능했다. 한편으로는 천연 장벽인 해협이 형성됨으로써 유럽 대륙의 영토 전쟁의 격전지가 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여러 나라와 맞닿아 있지 않은 대륙의 특성 탓에 군사비 지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었다. 지구 환경의 변화가 인류뿐만 아니라 그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여 살고 있는 나라에도 전반적인 영향을 끼친 예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어느 정도 나라가 형성되기 전 고대 도시들 또한 지구의 기후와 지리적 환경에 의해 땅이 건조해지거나 비옥해짐에 따라 도시가 생겨나고 사라지고 하기도 한다. 특히 고대 이집트가 대륙을 가로지르는 나일강과 대륙 한가운데 자리한 사막 때문에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유럽 대륙을 보면 가장 자리에 산맥이 형성되어 있다. 북아프리카의 아틀라스산맥, 이탈리아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아펜니노산맥, 터키의 가장자리를 횡단하는 토로스산맥 등이다. 이러한 산맥들은 바람의 방향, 해수의 움직임에 따라 침전물이 이동하고 초대륙이라고 불렸던 판게아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를 따라 아시아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이어져 있던 해역인 테티스 해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역이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퇴적물들은 대륙의 가장자리에 점차 쌓이기 시작했으며, 끝내 테티스 해가 대서양과 완전히 차단되면서 비교적 좁은 지금의 지중해의 모양을 띠게 되었다. 이 또한 지구의 변화가 대륙에 영향을 주고 그 대륙에 사는 인류가 영향을 받은 예가 된다.



 과거의 지구의 변화가 아닌 현대에서도 인류가 대륙의 영향을 받은 예가 있다. 이 예는 아주 독특한 예인데, 바로 미국의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4년 전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가 대통령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펼친 적이 있다. 투표 결과는 아주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었는데, 서부의 미시시피강과 과거 백악기 때의 암석층인 몽고메리의 모양을 타고 민주당의 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가 있지만 이러한 경향은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을 대선과 조지 부시가 공화당 후보로 나왔던 대선에서도 이러한 형태를 보여주었다. 여러 번 비슷한 형태를 띠는 이러한 투표 결과는 우리나라의 전라도와 경상도처럼 아주 강한 정치적인 성향 탓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패턴은 수천만 년 전의 바다가 남긴 결과가 된다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 있다. 이러한 지리적 영향이 위치에 따라 농업에 영향을 주었고, 노예 제도가 들어오면서 결국 남북 전쟁까지 일으키게 된 원인이 된다.


 이외에도 특정한 원소의 멸종 위기, 로마 제국의 쇠퇴와 멸망, 몽골족의 중앙아시아 정복, 대항해시대의 향료 제도로의 진출, 영국의 산업 혁명, 과거 에스파냐의 레콩키스타 등 다양한 세계사에 지구의 변화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인류의 기원을 알 수 있게 되며,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지리적 변화에 대한 설명이 함께 함에 따라 이 책을 과학 분야에 넣어야 할지 사회 분야에 넣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과학적 지식과 역사적 지식을 함께 아울러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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