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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평점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애니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 번도 보지 않지는 않았을 너무나도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 영화들이다. 지브리의 애니는 밝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면 무언가 이유 모르게 마음 한 켠이 먹먹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뿐만이 아니라 지브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얘길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어느샌가 흐르는 배경 음악에 청각이 집중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지브리 애니를 보게 되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어쩌면 배경 음악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에 가장 끝부분을 차지할 것만 같았던 음악의 중요성이 지브리 OST를 들으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스토리, 영상미를 능가하는 이러한 배경 음악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머리와 감각으로부터 탄생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꽤 오랜 기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애니에 접할 수 있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를 보고 또 보곤 한다. 영화 자체를 보고 싶다기보다는 영화 장면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 더 듣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다. 들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선율을 만들어냈을까? 항상 의문점이 생기다 보니 결국 히사이시 조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었고, 음악과 함께 하는 그의 철학, 삶, 그리고 생각 등을 엿보고 싶기도 했다.

'지휘하다', '전하다', '깨닫다', '생각하다', '창작하다' 이렇게 다섯 챕터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지휘가인 동시에 작곡가인 그의 직업에 맞게 지휘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러 나라에서 지휘를 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했던 그가 오케스트라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그리고 그의 기억에 남는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하며 오케스트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클래식이라는, 다소 어려운 소재를 그의 지휘 경험과 조화롭게 들려준다. 지휘가인 동시에 작곡가인 것과 작곡가인 동시에 지휘가인 것의 그 오묘한 차이점이 흥미로웠으며, "음악은 시간축과 공간축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다."라는 말과 함께 음악이라는 것을 다소 심층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들려준다. 음악에서 더 나아가 음악을 형성하는 국가적, 문화적인 외부 요소, 그리고 이러한 것들에 대한 그의 생각, 음악의 역사 등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의 삶이 주를 이룬 자서전이라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음악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는 사람이나 이미 음악 관련 직업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라고 하는 만큼, 나중에는 그의 자서전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서평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