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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포르투갈 -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그곳
허혜영 지음 / 앤에이북스 / 2020년 7월
평점 :

고즈넉한 리스본의 명물, 오르막길의 노란 트램이 찍힌 풍경 사진과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그곳"이라는 따스한 한 문장을 첫인상으로 건네는 이 책은 포르투갈로 떠난 저자의 여정을 담은 글이다. 10월의 어느 쌀쌀한 날, 우울과 불안 속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저자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왕의 오솔길 트레킹을 마치고 포르투갈로 떠난다. 여느 유럽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고즈넉한 포르투갈에서 무언가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은 따스한 느낌을 받은 저자는 포르투갈의 풍경과 여행하면서 느낀 저자의 솔직한 감정을 잘 아울러 이 책을 펴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꽤 다양하다. 나처럼 인생의 버킷리스트이기 때문이거나 저자처럼 답답한 현실을 잠깐이나마 도피하고 싶기 때문이거나 등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떠난다. 대부분 처음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유럽일 것이다.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떠나지만 포르투갈은 비교적 루트에 잘 넣지 않곤 한다. 가장 서쪽에 있기도 하고 포르투갈까지 닿기 전에 루트와 날짜가 다 차버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첫 유럽여행 때 포르투갈을 루트에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넣었지만, 넣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후회했을 정도로, 가장 좋았던 곳이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우와!" 탄성이 가장 먼저 나온 저자처럼 나 역시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와버렸다. 고즈넉한 돌길, 요즘 같은 시대엔 찾기 힘든 자그마한 트램, 그리고 해양국가인 만큼 바다를 향해 넓게 펼쳐 있는 웅장한 광장 등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필력은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의 포르투갈을 더 느낌 있게 표현하는 잔잔한 감성이 있다. 내가 다녀갔던, 같은 곳인데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포르투갈은 새롭게 다가왔다.

수도이면서도 웅장한 광장의 맛과 아기자기한 골목의 맛을 함께 지닌 리스본, 유럽에서는 비교적 작은 국가이지만 대항해시대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벨렘 지구, 꼭꼭 숨겨놓은 곳 같지만 찾아내면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보물 같은 근교 도시 신트라, 유럽 대륙의 끝 호카곶까지... 그리고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를 쓰면서 영감을 받았다는 렐루 서점과 마치 미술관인 듯 벽면을 아줄레주 장식으로 한껏 꾸민 상벤투 기차역, 그리고 야경, 맛있는 음식, 와이너리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동 루이스 1세 다리 등 책을 읽는 내내 화려하지 않아 더 보고 싶은 포르투갈을 저자의 잔잔한 문체와 함께 간접적으로 포르투갈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유럽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무조건 포르투갈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그만큼 너무나도 인상 깊은 곳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시기에 <한 번쯤 포르투갈> 책은 포르투갈을 간접적으로 여행도 할 수 있게 해주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저자의 여정도 들여다볼 수 있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