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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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혼자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언어는 항상 사용하는 것이고, 혼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언어를 사용하여 혼잣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외울 때 중얼거리거나 한다. 그래서 언어라는 것에 대한 역사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대한 환상이 컸고 자연스레 외국어에 대한 흥미가 있었다. 여러 외국어를 배워보고, 들어보고, 말해보고 함으로써 자연스레 그 언어에 대한 뿌리가 궁금해졌고, 더 나아가 언어라는 것 자체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 특히 유럽어는 서로 다른 나라이지만 비슷한, 혹은 어떤 단어는 완전히 같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뿌리가 더욱 궁금해진다. 유럽어는 라틴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뿌리를 타고 올라오다 보면 외국어를 배우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언어의 뿌리를 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으로 언어라는 것에 대한 역사를 들려준다. 말의 시작부터 말의 발성, 그리고 말을 기록하기 위한 철자법이나 부호, 어휘나 문법, 그리고 더 나아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인 아기의 옹알이, 속어의 기능까지 언어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세 가지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의사소통, 그리고 정체성 표현과 감정 표현이다. 우리는 아기가 태어나고 옹알이를 하며 언어를 배워감으로써 언어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놀랍게도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언어생활을 한다고 한다. 직접 발성을 하진 않지만 뱃속에서 6개월 이후가 되면 청각기관과 청각신경이 완전히 형성이 되고 엄마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소리의 리듬과 억양을 익히기 시작한다. 아직 언어를 하나도 배우지 못한 아기들은 옹알이라는 저마다의 언어로 언어의 사용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저자의 아들을 예로 들어서 아기의 옹알이도 그저 의미 없이 옹알옹알 대는 것이 아닌, 아기가 커가는 시기에 따라서 내는 소리도 비교적 규칙적으로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기가 자라 본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발성을 내게 되는지, 같은 문장이라도 끝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에 따라, 그리고 어떠한 단어에 강세를 넣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발성과 뉘앙스뿐만 아니라 철자와 구두점, 어휘와 문법 또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요소들이다. 종종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구두점 하나로도 수식이나 의미를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흥미가 있던 챕터는 다양한 언어 민족에 대한 부분으로, 언어의 기원을 탐구하는 부분이다. 전혀 다른 언어이지만 인도유럽어라는 공통 뿌리에서 나아가는 방향에 따라 지금의 많은 언어가 탄생했고, 많은 개수의 언어만큼 사라져가는 언어들 또한 많다. 주로 원주민들의 언어가 이에 해당하며, 신기하게도 적도 근처에 사라져가는 언어들이 많다고 한다. 사멸 가능성이 있는 위기 언어만 6천여 개라고 하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개수의 언어가 쓰이고 있는 셈이다. 언어가 사멸하는 원인으로 자연재해와 인간이 있다. 자연재해로는 도시나 마을이 파괴되거나 하는 경우, 그리고 인간에 의한 것으로는 정부가 소수 언어를 탄압하는 경우이다. 이와는 반대로 국가 차원으로 언어 보존이 성공하는 사례들도 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의 히브리어, 영국 웨일스의 웨일스어, 뉴질랜드의 원주민 언어인 마오리어가 있다.


 이렇게 언어에 대한 모든 것을 상세하고 쉽게 풀어낸 이 책은 소소의책 출판사의 역사 시리즈로, 고고학의 역사, 철학의 역사, 세계 종교의 역사 또한 출판되어 있다. 이 중 세계 종교의 역사를 제외한 나머지 세 권을 다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한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때 앞 챕터를 상기시켜주는 서술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세계 종교의 역사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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