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 - 음악과 미술, 문학과 건축을 좇아 유럽 25개 도시로 떠나는 예술 기행
이석원 지음 / 책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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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그리움이다.

실제로 접하기 훨씬 이전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람들의 본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럽을 찾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읽고 보고 듣고 느끼는 거의 모든 것의 원천을 찾는 셈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표지의 글씨체와 일러스트, 그리고 책 뒤쪽에 인용된 프롤로그, 제목까지... 무언가 그리움과 애틋함을 자아내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예술을 담은 책이다. 우리는 유럽을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고풍스러움과 옛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궁이나 사찰들이 충분히 고풍스러움과 고즈넉함, 그리고 옛 느낌을 물씬 가지고 있지만 주변의 높은 현대적 건물, 쉬지 않고 쌓아 올려지는 아파트, 계속 재개발되어 없어지는 푸른 땅들과 좀처럼 조화를 이루기는 힘들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사실 유럽의 도시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옛 느낌과는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이라고는 1도 모르고 1도 관심이 없던 내가 3년 전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미술관 투어를 하고 싶다는 친구 덕분에 본의 아니게(?) 유럽의 예술을 느껴본 적이 있다. 투어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은 정말 유럽이라는 곳은 건물 하나하나, 예술작품 하나하나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가 예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을 비롯하여 음악, 문학, 건축을 찾아가고 느껴보고 설명해 주는 유럽 여정이 담긴 책이다. 그렇다고 설명문의 문체가 아닌, 하나의 에세이를 읽는 동시에 유럽의 예술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모아놓은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등장했던 피렌체의 두오모, 크기는 작지만 영향력은 큰 나라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 중 하나인 피에타 등 꼭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누구나 인터넷으로라도 봤을 너무나도 유명한 예술들이 담겨있다.



 유럽의 예술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설명문 도서가 비교적 더 자세한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잔잔하게 저자의 여정을 좇는 듯한 느낌의 이러한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내가 여행했던 그동안의 여정이 생각도 났고, 여행에서 대충 보고 지나갔거나 모르고 스쳐 지나간 것들을 이 책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어서 무언가 지난 내 여행을 보완해 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유럽 여행 때 도보 투어를 하면서 가이드한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유럽의 건물 복원은 티가 나게 하는 것이 복원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내가 이 부분을 이렇게 고쳤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건물 복원 방법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과거를 아예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 투명한 시트지로 겹겹이 쌓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것보다 과거의 것, 즉 레트로가 간간이 유행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곤 한다. 요즘처럼 여행할 수 없을 때 이런 책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유럽과 예술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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