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 - 평양에서 혜산까지, 책으로 떠나는 북한여행
박원호 지음 / 가람기획 / 2019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남북통일 대도에 일조하고 싶은 예순 중반의 건설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본 책이다. 직접 북한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구글 지도를 비롯한 많은 자료들을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담은 것인데, 직접 가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세세한 설명들이 담겨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북한에 대한 정보를 찾기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찾아보면 꽤 많은 자료들이 있는가 보다. 나 또한 북한이 정말 궁금한 나라이기도 하고,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구글 지도로 자주 찾아보곤 한다.
내가 구글 지도를 통해 본 북한은 허허벌판?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빼곡히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고, 뜨문뜨문하게 큰 건물들이 많았으며, 또한 길도 굉장히 넓고 깨끗해 보였다. 물론 보여주기식의 성향이 강한 평양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북한의 주요 도시인 평양, 개성, 신의주뿐만 아니라 혜산, 해주 등 비교적 생소한 국경이나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일명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들도 함께 돌아보며 각 도시의 역사, 특징, 그리고 각 도시의 주요 건물들의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건설 엔지니어인 것도 있지만, 도시라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면서 정치, 사회, 경제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이뿐만이 아니라 흘러간 역사와 인물까지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를 보면 그곳의 성향이 보이고, 게다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체제 선전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거대한 건축물을 세워서 체제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인데, 그래서 과거 로마 제국도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는 데에 힘썼고, 히틀러도 '게르마니아'라는 설계안을 통해 거대한 건축물로 위상을 내세우려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체제의 도시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매우 흥미로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계속 북진하여 옛 고구려의 터전까지 가본다. 동북공정의 핵심지, 국내성, 광개토대왕 비 등 중국 여행을 하는 데에 있어서 베이징, 상하이 등과 같은 유명한 도시가 아닌 옛 고구려인들의 기백이 서린 곳을 감으로써 보다 더 의미 있는 곳을 저자의 시각을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구려 전성기 시절 서쪽의 최전선이었던 백암성의 어느 민가를 방문하여 일반 주민들의 삶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끝부분으로 가면서 뭔가 역사 책을 읽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여정 같기도 해서 단숨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