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 - 물리학자의 눈으로 탐구하는 천지창조의 비밀
제원호 지음 / 패스오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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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의 첫 구절인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태초에'라는 구절은 '처음에 ' 또는 '시초에'라고도 번역될 수 있으며, '시작'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품고 있다. 즉, 하나님께서 인간을 찾아오는 통로로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면서 먼저 시간을 창조하셨음을 알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책이 시작된다. 이는 즉, 우주 대폭발이라는 세상의 역사가 시작되기 앞서 하나님이 가장 먼저 시간을 창조하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는 이공계를 나오고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이과의 성향이 매우 짙은 사람이다. 종교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래서 당연히 한 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는, 무신론을 믿는 사람이었지만 과학과 신앙에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어봄으로써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어 이제는 불가지론으로 생각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과학을 부정하는 종교적인 모습을 보면 너무나 답답하고, 이를 명백하게 설명할 수 없는 점 또한 답답했다. 반대로 과학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또한 옳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어보면서 과학과 종교는 결국은 공존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세상의 탄생을 종교에서는 성경의 창세기 1장에 나와있는, 세상의 창조가 6일 동안 진행되었다고 하고,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대략 140억 년이라고 한다. 6일과 140억 년. 어떻게 설명하고 절충하고 보완하려고 해도 절대 좁혀지지 않는 이 커다란 차이를 과학에서는 6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고, 기독교인들은 140억 년이라는 어마어마하게 오랜 기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언급한다. 여기서 기독교인은 대표적으로 이 책의 저자가 될 수가 있는데, 저자는 같은 것을 그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아님 또한 밝혀졌기 때문에 그저 다른 관점이고 상대적인 시간에 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종교는 없지만 그래도 성경이라는 것을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신앙심도 전혀 없을뿐더러 그 의미도 모르는 채로 읽는 것 또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결국 읽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성경의 몇 구절을 과학과 함께 연관 지어 해석하여 과학책을 읽는 것 같으면서도 종교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설명에서는 인간의 삶과 함께 관련지어 풀어냈기 때문에 철학적인 느낌도 들었다.


 과학과 신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차이점은 수두룩하겠지만 과연 공통점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읽었다. 과학은 이론적인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보이는 현상을 통해서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궁극적인 실체를 찾아가는 반면, 신앙은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를 통해서 우리 주위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의 해답을 찾는다. 한 마디로 접근하는 방법과 접근하는 출발점이 다를 뿐 다루는 대상은 같은 것이다. 어느 한쪽이 맞는다고 하기보다는 다루는 대상에 대해 보이는 현상과 보이지 않는 실상을 동시에 다룸으로써 오히려 한 편으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결론을 냈다.


 창세기 1장 2절에서는 오히려 하늘이 아닌, 오직 땅이 비어 있음을 언급하며, 이 말은 즉 비어있는 물질적·물리적 공간을 창조하시고 그 공간을 인간으로 채움으로써 천사가 있는 세계와 마귀가 있는 세계 사이에 인간이 존재한다고 한다. 두 세계의 교차점에 있는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마귀의 성향과 철이 들어 남을 배려하는 천사의 성향을 다 가지고 있다.


 창세기 1장 3절에서는 빛의 개념이 등장한다. 과학에서의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지만 과연 성경에서의 빛은 어떤 의미일지 언급한다. 과학적인 요소로 설명된 빛은 결국 절대자의 또 다른 표현, 즉 하나님의 말씀을 뜻한다고 한다.


 이 책은 과학과 종교 간의 거리를 좁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지만, 마치 과학이라는 재료로 신앙이라는 요리가 탄생하는 느낌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찾기 위해서는 과학 분야의 책장이 아닌, 종교 분야의 책장에 꽂혀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굳이 과학과 종교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서로 1차원 공간, 즉 가까워지고 멀어지고의 1차원적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가까워지고 멀어지더라도 더 위에 있는지 더 아래에 있는지의 2차원적 공간에 존재함으로써 따라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그저 서로의 관점이 다를 뿐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납득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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