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마지막 공부 - AI에게 철학을 가르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김슬기 옮김 / 유노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AI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으로 발달하고 있다. 사람처럼 이름만 부르면 대답하고, 음악을 켜거나 에어컨을 끄거나 할 때 역시도 이름을 불러 부탁하면 알아서 음악을 켜주거나 에어컨을 꺼준다.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현상이다. 또한 얼마 전 바둑 기사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뛰어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회계 처리나 심지어 고용 관련 업무도 인공지능이 더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이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심리적인, 또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사람의 심리를 몰라서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과연 인공지능이 이를 알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사람은 생각과 예외가 많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오히려 더 잘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7가지 학문에 따른 철학을 가르쳐봄으로써 인공지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과연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했을 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책이다. 7가지 학문은 윤리학, 인지학, 미학, 심리학, 사회학, 종교학, 유전자 공학으로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이러한 학문을 AI에게 학습해보기로 한다. 제각각 다른 학문이기 때문에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궁금한 주제부터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제1강 윤리학은 "다섯 명의 보행자를 살릴까? 한 명의 운전자를 살릴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7가지 학문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학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인공지능에 주입하지 않고, 사람에게 질문해도 선뜻 선택하기 힘든 질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채팅봇 '테이'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떠한 사상을 주입하거나 발언하도록 프로그램되지 않아도 많은 사용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 결과가 윤리에 어긋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게 윤리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것이며, 가능하다 할지라도 어긋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지능을 요구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인간 중심주의라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강의 인지학과 제3강의 미학은 각각 "인공지능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할까?"와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예술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인지학은 인공지능에게 가르치기 전 인간의 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인간의 지성은 '경험주의', 즉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감각과 경험에 의해 지성이 형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성주의', 즉 애초에 지성이란 많은 개념을 소유하고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대상을 접함으로써 지성이 형성되는 것인지의 대립까지 다다르며, 미학은 인공지능이 과연 렘브란트, 피카소 등의 예술가처럼 독창적인 새로운 예술 기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창조라는 것은 지식, 경험, 사상 등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개념을 바탕으로 탄생하는 매우 복합적인 것인데 과연 인공지능도 가능할까? 두 학문을 인공지능에게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 딥 러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예술 작품이 어떤 사람에게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찬사 받을 수 있지만 한편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가 있다. 과연 딥 러닝이라는 방법으로 학습된 인공지능이 이 예술 작품에게 내린 평가가 인공지능 자체의 사고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딥 러닝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방대한 자료 수집에 따른 통계적 결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4강 심리학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에서는 인공지능에게 심리학을 학습하기 위해 '행복'이라는 개념을 빌린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지, 행복이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어떠한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인간의 마음을 갖지 않은 인공지능이 과연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될지 의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학습하지 않아도 생기게 되는 인간의 본능인데 과연 인공지능이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학습할 수 있을지... 아마 이 책에 실린 7가지 학문 중 학습이 가장 어려운 학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5강 사회학에서는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노예일까? 주인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대 사회는 점점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도맡게 된다. 때문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은 인간인데 과연 정말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은 것일까? 또한 이러한 인공지능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계가 도입됨으로써 오히려 인간은 더 많고 복잡하고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인간은 인공지능을 수리하거나 관리하거나 한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노예인 것 같으면서도 인공지능의 능력을 빌리고 의존하므로 인간이 오히려 노예인 것 같기도 하다.


 제6강 종교학 "종교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서는 "인공지능이 신이 될 수 있을까?"와 "인공지능이 신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두 질문으로 시작된다. 종교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임과 동시에 그것이 실화인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종교라는 것이 어떠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인간에게 신이란 어떤 존재이길래 믿고 따르는 것인지를 이론적으로 판단해보면 인공지능 또한 신이 될 수 있고, 인공지능도 신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를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의 마음이 나약하고 불안할수록 종교를 찾고 신의 존재를 더 믿는다고 한다. 종교를 통해, 신의 존재를 통해 위안을 받고자 함인데, 그러면 인간에게 이러한 존재인 신의 형상이 동물인 경우 과연 그때도 인간은 계속 그 신을 믿고 따를지 의문이 생긴다. 물론 소를 숭배하고, 코끼리를 숭배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소 자체를 숭배하는 것인지, 코끼리의 생활을 숭배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창조된, 또는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속의 소나 코끼리를 숭배하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마지막인 제7강 유전자 공학에서는 "전쟁에 참가한 인공지능, 사람을 죽여도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범용적인 지성이 있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하루에 꽤 많은 일들을 조화롭게 소화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은 이러한 범용성보다는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인간은 융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일 하던 꽤 많은 일들을 하는 중에 예상치 못한 경우 이를 그때그때 조절함으로써 역시 하루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의 경우에는 가령 로봇 청소기를 생각해 보았을 때 로봇 청소기는 장애물이 있을 경우 이를 인지하고 피하면서 계속 청소를 한다. 이를 보면 인공지능 역시 범용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인간만큼의 범용성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점이 든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하듯이 언젠가는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예상치 못한 경우를 대처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다.


 이 책은 많은 질문과 문제를 가정하는 생각 실험을 통해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아마 '과연'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무렴 인공지능도 결국 기계인데 인간처럼 될 수 없다는 생각과 이제는 인간만큼의 지능과 지성을 탑재한 인공지능인 만큼 인간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번갈아가며 여러 번 했다. 정말 비현실적인 것도 시대가 지나면서 현실이 되었듯, 인공지능을 어떻게 더 인간처럼 만들 수 있을지 보다 인간 같은 인공지능과 진짜 인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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