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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한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휘게'란 Hygge라고 쓰며 덴마크어와 노르웨이어로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한다. 거창한 것이 아닌, 가족과 또는 친구와 아니면 혹은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한다. 머나먼 북유럽 언어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휘게'라는 단어가 하나의 문화처럼 사용되고 있다. 단어 자체의 어감도 산뜻하고, 복지와 안락함의 상징인 북유럽의 언어인데다가 단어 하나로 다양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외국어가 아닌 외래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에세이는 몇 권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행복을 분석하는 책은 처음 접해보았다. 누구에게나 행복해질 자격이 있고, 누구에게나 행복이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행복이라는 것은 굉장히 광범위하면서도 각 나라, 각 문화에 따라 그 감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같은 상황에 있어서도 각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따라서 느껴지는 행복의 정도도 다를뿐더러, 어느 상황에 있어서는 아예 행복을 느끼는지 안 느끼는지에 대한 행복의 유무 차이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로, 대체적으로 동양은 집단주의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나 자신에 있어서는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주변 상황에 따라서 그 행복이 점점 줄어들거나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이 미안해질 수가 있다고 한다. 개인주의 문화인 서양에 비해 비교적 행복을 덜 느끼게 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의 시선이나 남의 생각, 그리고 남과의 비교를 중요시함으로써 외모 지상주의도 팽배해있고 이에 따라 단순히 외모 하나만으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즘 많이 언급되는 상대적 박탈감 또한 이러한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점 노동 환경이 나아진다 하더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쉽게 떨쳐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로, 흔히 한이 맺힌 민족이라고도 한다. 그 유명한 '아리랑'이라는 민요조차 장조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슬프게 들리는 이유가 역사적인 배경이 있기 때문인 것도 있다. 식민지의 역사가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 또한 분단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이분법적 사고를 잘 하게 되고,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분명히 부정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복과는 다소 먼 사고를 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식민지 역사를 가진 나라 중에 유일하게 선진국 반열에 든 나라라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우리나라가 너무나도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라면 100년 이상, 또는 몇 백 년에 걸쳐서 이뤄낼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우리나라는 몇 십 년 만에 달성했다고 하니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랑스러웠으나 역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안 좋아진다고, 이러한 너무나도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형성된 경쟁 사회에서 뒤처짐이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점점 자기방어적인 태도가 강해지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형성됨으로써 행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점점 기대치만 높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정적인 사고가 커지고 점점 부정적인 습관이 생기다 보니 행복과는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소확행'이라는 것. 나는 이 소확행을 싫어했다. 잠시 행복해져봤자 어차피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또다시 불행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소확행이어도 그게 계속 모아지다 보면 점점 행복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휘게를 안다. 휘게를 알면서도 불행한 이유는, 결국 내 삶이 나로 인해 살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행복하고 싶지만 왜 행복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행복하기만 바란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 비교 대상이 남이 아닌 과거의 나 자신이 되어야 하고, 그렇다고 과거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 현재를 받아들이고, 멀어진 목표는 내려놓고, 적당함을 받아들이며, 높은 기대치는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휘게를 알기 때문에 내 삶은 나로 인해 살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