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요즘 부쩍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 책 역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이 책을 받았을 때, 철학책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순화시키는 책 표지의 일러스트가 과연 어떤 철학을 시각화한 것일까 궁금했다. 민트색과 흰색의 조합 또한 겉표지를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에게는 철학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펴보고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고대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왜 이 책에 실려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진화설의 과학자 찰스 다윈, 그리고 군주론의 대가 니콜로 마키아밸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던 40여 인물들의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실려있음을 통해 철학이라는 학문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이고 딱딱하며, 오래된 이야기라서 현대에 반영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득한 학문이지만 그렇다고 멀리할 수는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한 챕터 당 한 인물, 또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한 챕터 당 5장 내외의 짧은 분량이지만 그 인물이 추구했던 사상과 끊임없이 탐구해온 주제, 그리고 어려운 질문에 대한 생각 등이 간단하지만 핵심적으로 담겨 있어서 전혀 부담 없이 어려운 철학이라는 학문을 접할 수 있다. 챕터의 순서는 무작위로 나열된 것이 아닌, 예를 들면 "A는 이러한 사상을 추구했으나 B는 그러하지 않았다." 또는 "C는 끊임없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D는 색다르게 접근했다." 식의 문장으로 챕터가 끝난다. A와 C는 지금 읽고 있는 챕터의 인물이고 B와 D는 다음 챕터에 나올 인물이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앞 챕터의 사상을 가진 학자와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거나, 또는 같은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거나, 또는 비슷하지만 어떤 면에서 다르거나 하는 사상을 가진 학자가 바로 다음 챕터에 나옴으로써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계속 읽게 되는 책이다.

　한 챕터씩 읽어나가면서 과연 나는 어떤 학자의 사상과 비슷한지, 어떤 학자의 의견을 동의하며 어떤 학자의 의견을 이해할 수 없는지 나만의 또 다른 사상을 구축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 철학책을 어떻게 이렇게 부담 없이 읽어나갔는지도 참 신기했다. 나는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학자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짤막한 후기를 적으면서 읽었다. 과연 현대 사회에서는, 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철학자의 사상이 통할지, 그리고 어떤 철학자의 사상을 가지고 상황을 최대한 좋게 풀어 나갈 수 있는지 교훈 또한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