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무언가 남녀 사이의 흔한 이별 이야기겠거니 했다. 그렇지만 책 소개를 읽고, 표지를 보고, 저자의 소개를 읽어보니 그저 흔한 이야기가 아닌, 아내를 떠나보내 홀로서기를 시작한 저자의 실화를 담은 에세이였다.


  아직 나는 남편이 없기에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를 생각해보았다. 평소에 나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인생이 참 서럽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도 4년이 채 되지 않은 채 퇴사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들은 10년 이상, 거의 평생을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신다. 매일매일 지겨울 수도 있고, 하기 싫을 수도 있지만 아내를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참고 그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하고 계시는 것만 생각해도 눈물이 고인다. 이런 우리네 아버지 같은 저자가 이제는 아내마저 암으로 보낸 후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의대를 졸업하여 하버드로 유학을 다녀오고 미국에서 상까지 받은, 흔치만 은 않은 좋은 능력의 남편이지만 혼자서는 세탁기 하나도 돌리지 못하고, 요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철부지 남편이기도 하다. 16년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10년 전에 어머니를 여의었으며, 자식들을 다 혼인시켜 보내 이제는 기댈 곳은 아내뿐인데 그런 하나뿐인 아내를 보내야만 했을 때 얼마나 슬펐을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그 고통과 슬픔의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생각만 해도 참으로 슬픈 일이다.


  자궁경부암이라는 진단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는 더 이상 호전될 가능성이 없어 치료를 단념한 채 반년 동안 남편이 혼자 살 수 있도록 하나하나 떠날 준비를 해준다. 이런 하나하나의 준비 과정조차 얼마나 슬픈 일일까 상상할 수가 없는데도 저자의 문체는 담담하면서도 차분하다. 담담한 저자의 문체에서 오히려 더 슬픔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첫 장의 첫 챕터의 제목이 확 와닿는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내, 남편, 또는 부모님, 형제, 자매의 소중함이 빈자리가 생겨야만 뒤늦게 크게 밀려올 거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당장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 책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질법한 마음을 한 번 더 다잡아주고 가다듬어준다.


  나에게는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더 느껴지게 하는 책이었고, 저자처럼 혼자가 된 또 다른 남편들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요"라는 저자의 아내의 유언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고 따스하게 손을 내밀어 주는 듯한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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