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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평점 :

샛노란 표지에 이탈리아 부라노섬의 한 집이 실려있는, 보기만 해도 따스해보이는 책이다.
여행 에세이는 많이 읽어 봤지만 여느 책보다 저자의 발자취가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는 듯한, 아니면 저자가 여행하는 방송을 보는 듯한, 아무튼 읽는 내내 굉장히 생생하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도시에 대한 묘사가 아주 세세했고, 소도시들만 찾아 다니는 여행이라서 내가 직접 갔을 때 어느 부분에서 이런 묘사를 했을지, 이런 느낌을 받았을 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임을 통해서 들어본 트리에스테, 축구를 통해서 들어본 페루자, 팔레르모, 이탈리아의 먹거리 천국이라는 볼로냐,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베로나 등 어느 경로를 통해서 몇 번 들어봤다 하더라도 도시의 이름만 알 뿐 굉장히 생소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생소한 도시들이 어떤 곳인지 소개하며 그 곳에서 있었던 일들, 그 곳의 풍경, 사람, 음식 등 하루 하루를 들려줌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에 하나 하나 대답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이탈리아 첫 여행이라서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이탈리아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꼭 갔을 곳들을 다녀왔다. 중간 중간에 친퀘테레, 소렌토, 아말피와 같은 소도시도 다녀왔는데 그 때 소도시에서 느꼈던 아늑한 느낌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여행하다보면 가끔은 지도가 없어도 복잡하지 않을 자그마한 도시를 여행하며 부부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묵고 그 나라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으로 아침을 채우며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치만 언제 내가 또 여길 와볼까 하는 생각에 혼자 초조해져서 결국 볼거리 많고 먹을거리 많은, 동시에 현지인도, 관광객도 가득한 대도시를 여행하게 된다. 다음엔 소도시만 돌며 느긋하게 여행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지만 기약은 없는 다음이 되면서 사실 어딜 가던 아쉽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소도시 여행의 매력과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덩달아 읽는 나도 설레곤 했다.

저자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소도시의 숨은 이야기와 골목길에서 만나는 따뜻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 곳의 숨은 이야기, 그 곳의 사람들과의 인연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나중에 이렇게 소도시 여행을 떠났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곳에서의 간단한 해볼거리, 먹을거리, 갈만한 곳 정보도 실었다. 소도시인 만큼 많은 계획을 짜지 않고, 그날 그날 느낌 가는 대로, 발걸음이 가는 대로 찾아가보고 먹어보고 하는, 정말 생생한 로컬 여행을 해보면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듯 하다.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언젠가는 관광객으로 가득찬 대도시 여행이 아닌,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훨씬 많은, 조용하지만 그들만의 활기가 넘치는 그런 소도시 여행을 구석구석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