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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처음 접하게 된건, 사람들이 흔히들 이야기 하는 '개미'라는 소설의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 소설을 읽지는 못했다. 단 하나 읽어본 책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라는 책... 단순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명성이라기 보다는 그 책의 이름에서 오는 어떤 찡한 느낌때문이었다. '뇌'에 나오는 우주를 연결하는 어떤 현의 떨림...그 떨림이 느껴지는 제목..

'뇌'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너무나 어색했었다. 그리고 원제가 '최후의 비밀'이라는 것도...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마치 헐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3가 나온다면, 그 결과는 뻔할 듯한 그 제목..'뇌=최후의 비밀 ?? ' 이것이 도대체 맞기나 한 공식이야?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 내 생각은 단순히 헛된 망상이었고, 역시 베르베르의 작명(?)은 나의 예상밖의 - 오히려 그 점이 베르베르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나는 지금 왜 사이트에 읽어주지도 않는 이런 서평을 올리고 있는가? 무엇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하였고, 또 이렇게 행동하게끔 하는가?? 뤼크레스와 이지도르가 만들어 나간 동기목록의 수첩을 살짝 엿보았더니 아마도 이런 동기가 나를 이렇게 행동하게끔 만든다. 의무감..개인적인 열정... 그리고 나도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이런 서평을 쓰면서 느낄 때 왠지 모를 뿌듯한 같은 느낌은 '최후비밀'의 자극이 아닐까?

이 책은 흔히들 말하는 과학추리 소설로 오해하기 쉬을 듯 보여진다. 아니면, 아예 장르를 -꼭 구분해야 하는것은 아니지만 - 모르겠다 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철학책 만큼이나 철.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철학적인 느낌을 훨씬 강조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이라는 것과 그리스 신화, 최면술, 종교 등의 각 분야를 망라한 직식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 뇌라는 자연과학의 분야와 철학이라는 인문과학의 만남을 이리도 정교하고 명찰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포장한 '뇌'라는 종합선물세트...정말 대단한 책이다.

지금 이렇게 글 쓰기를 하면서, 베르베르의 표현을 빌린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니터.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 그 눈 뒤에는 시각 신경, 후두엽의 시각 영역, 대뇌 피질이 있다. 뇌의 회색질 속에서 전투 준비와도 같은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수백만 개의 뉴런이 활성화 한다. 이 뉴런들은 미세한 전기 충격에 차례 차례 반응하면서 저희의 축삭 말단으로 신경전달 물질을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사고 작용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은 마치 군대의 일사분란한 지휘같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게끔 하는 동기는 과연 의무감과 개인적인 열정 뿐일까? 최후 비밀을 한번 자극하고 난 뒤에 남는 아쉬움과 여운이 더해지는 대답인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건 조금 더 강렬한 것이다. 여기에 있게끔 하는 이지도르와 뤼크레스의 마지막에 보여주는 사랑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우주의 현이 8 헤르츠로 떨릴 정도의 그러한 동기....

베르베르는 우리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인공지능 (간단하게 말해 기계문명)이 가능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 보다 훨씬 뛰어난 과학적인 동기- 최후비밀을 자극하는 것- 등의 과학적인 진보가 가능하다면, 우리가 그걸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윤리철학이 과연 존재하는가? 라고 말이다. 내 생각엔 아니올시다 이다. 베르베르가 원했던 것도 이지도르와 뤼크레스가 보여준 사랑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그 감정은 과학적인 것으로 얻을 수 없는 인간 내부에 있는- 뇌속이 아닌 - 말하자면, 최후 비밀 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뻔한 결론, 무한한 가능성은 인간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고 있는 것 같아 '에이...어차피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거' 라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뫼비우스의 띠를 계속 돌뿐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는 결과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그 돌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마음이 없는 뇌는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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