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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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 최고의 기록문학.

 

 

한강, 그녀가 온다.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가 가진 잔잔한 파동으로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

이 있다는 큰 깨우침을 주기 위해 '소년'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들을 찾아왔다. 부끄럽게도,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본 작가이지만, 인간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함께 빛고을에서 일어난 참사를 극적으로 적어냈다. 책을 펴들었을 때는, 겉표지에 빼곡히 채워진 안개꽃의 꽃말이 문득 궁금해졌다.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이라는 의미 외에도, '죽음'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희생당한 자의 영전에 바치고자 했던 작가님의 마음이 묻어난 애도의 글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시작했다.

 

 

'너'는 중학교 3학년의 동호이다. '너'에게는 공부를 곧잘 했지만 삼수를 하고 있는 작은형과, 서울에서 9급 공무원이 된 큰 형이 있다. 큰 형이 떠난 빈 자리에 세를 들어 사는 남매가 있다. 방직공장에 다니지만,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정미 누나와, '너'의 친구 정대가 그들이다. 정대의 시신을 찾으러 들렀던 도청에서, 들판의 들꽃을 닮은 수피아여고 3학년의 은숙 누나를 만났고, 노동 운동에 참여했었다가 양장점 미싱사가 된 선주 누나, 그리고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가 휴교령으로 고향으로 내려온 진수형을 만난다. '너'는 정대의 죽음에서 어린 새를 본다.

 

'나'는 검은 숨만 뱉어내고 있는 정대다. "나를 왜 죽였지?"라는 의문을 품으며 그들에 대한 분노를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그림자만 보아도 질색하는 나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수피아 여고 재학생이었던 은숙은 자신이 맞은 뺨 7대를 잊기 위해 일주일의 시간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적어낸다. 그 당시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실천하는 지성인의 삶을 살았던 그들을 뒤로 하고 출판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어도 '검열'을 당하고 돌아왔던 허탈함을 잊을 수 없다.

 

진수는 곱상한 외모의 학생이었다. 개인적 신변 안전 차원에서 총기 소지를 하고 있었지만, 발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극렬분자로 판정된다.

 

밤의 눈동자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었던 "우리들은 고귀해"를 강조했던 성희 언니를 좇았던 선주, 너는 18세의 몸으로 벗어던졌던 옷이 무색하게 큰 부상을 입고 양장사가 되었다. 그리고 헌혈을 하기 위해 들렀던 전대 병원에서 은숙을 만나고 그녀와 시체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동호의 어머니는 살아서 동호의 죽음을 맞이한다. 동호가 어렸을 때 나무 그늘이 아닌, 해를 쫓아 걸어다녔던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밝은 쪽으로 걸어가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동호에서 동호의 어머니는 무엇을 느꼈을까.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광주, 사십 만의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군에 80만발의 실탄을 지급했던 자의 잔인함. 그리고, 민주주의를 잃은 슬픔을, 마치 나라 잃어버린 것마냥 거리로 뛰쳐나와 저격수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살해된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상반되게 느껴져, 그들의 고통에 몸서리칠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이 책에 적히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리라, 생각해본다.

 

우리는 결코 이 책을 '마음이 아프다'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서 비판을 할 것은 비판하고, 그것을 토대로 현대인들의 자성(自省)적 시각에서 우리의 삶을 위한 자양분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p. 134)

 

너무나도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얇은 두께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은 작가님의 노고가 느껴진다.작가님의 다른 책들의 이야기도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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