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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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에드가 엘런 포가 전하는 그로테스크한 과거와 현재 간의 대화로서의 역사.

 

 

성당이라는 단어에서 품어져나오는 정숙함, 신성함은 사뭇 이 책을 꺼내들기에 망설임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고딕 느와르'로 소개되었다. 이 미묘한 조화가 궁금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겉표지는 다소 짙은 진청색의 배경에 성당 하나가 달랑 그려져있다. 겉표지를 벗기면 6마리의 새들이 자유로이 노니는 모습이 있다. 7개의 성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새들일까? 호기심이 짙어져만 갔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K이다. 가을의 어느 날, 그는 성당에서 다리가 뚫린 채 종에 거꾸로 매달려 종을 치고 있는 한 사내를 구하게 된다. 다행히도 목숨은 부지했으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사실 K는 한 때 경찰이었으나,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나서 제복을 벗게 된다. 하지만, 그는 서장인 올레야르주의 제안으로 인해 성당에 대해 후원을 하는 마티아슈 그뮌드와 라이몬드 프론슬릭의 사설 경찰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그들의 사설경찰직을 수행하면서 유넥이라고 하는 자신의 동료와 동행하게 되고, 벨스카(또는 로제타)라고 하는 여자 경관도 알게 된다. 

 

한편, K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이름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며, 손이 닿는 곳마다 과거를 볼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선택한 '역사학자'로서의 길에서는, 자신이 관심있는 것들이 아닌 따분한 것들만 배운다고 생각하며 가출도 하고, 문득 든 생각에 이끌려 경찰에 도전하게 된다. 이 외에도 그뮌드는 고딕에 집착하는 건축가로, 프론슬릭은 그뮌드와 동향(同鄕)인 것에 더해 그의 착실한 수행비서와도 같은 인물이다. 또한,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역사 선생 네트르셰스크와 그의 부인 루치에는 엄청난 나이 차이를 극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뮌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신체가 분리되어 살해된 2번째 사건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는 K가 차차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또한 3번째 또는 그 이후의 사건에서도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는데, 심지어 K에게도 위협을 가하는 인물, 그는 과연 누구인가.

 

결말까지 읽고 난 지금 머리가 띵하다. 일부러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느라 오래 걸렸는데, 생각 외의 반전이었고, 또한 그러한 마음이 어떠한 사상에서 비롯된 것과 이러한 사건을 일으킨 의도가 가히 강박적인 맹종으로 비롯된 사건이라고 하니 얼떨떨한 결말을 맞이할 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러한 얼떨떨함을 구제해준 것은 체코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로 적혀있는 <옮긴이의 말> 부분이었다. 오히려 옮긴이의 말이 앞에 소개되었다면,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도 모를 체코에 대해 조금 더 친숙해진 상태에서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조금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했다.

 

체코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성당'이라는 소재를 빌린 점은 고딕 양식을 검색해보게하며 읽어보게 하는 재미를, 한 인물들과 전체적인 사건을 묘사하는 방법이 매우 건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들에 대한 묘사는 진정한 소설을 읽는다는 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아직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上, 下>를 읽어보지 않아 체코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애칭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이 책 한 권에서 추론해볼 수 있는 밀로시 우르반은, 체코의 에드가 앨런 포로 묘사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드가 앨런 포의 <갈까마귀(The Raven)>을 소개하여 주인공 K의 상황을 공감하게 만들었고, 더욱 그 분위기를 그로테스크 하게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과거의 것을 귀히 여기는 그들의 태도 하나하나에서, 우리 또한 모든 것을 옛 것이라고 치부하여 허물고 세워진 현재의 '콘크리트 건축물'들에 대해서는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맹랑한 어느 가을날의 이야기.

무더운 여름날, 더운 바람 실컷 맞으며 밤에 읽는 이 책은 더욱 나를 소름 돋게 했으니 가히 고딕 스릴러라는 장르를 신선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모두가 Nevermore-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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