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더하기 삶 - 한국의 건축가 13인이 말하는 사람을 닮은 집
김인철 외 지음, 박성진 엮음 / MY(흐름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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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한 <하우징스토리>라는 프로그램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사실 '집'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기도 했고, 남들이 소위 말하는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것을 전혀 꿈꾸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을 내가 얼마나 잘 공감해내고 소화해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집이야 돈있고, 땅있는 사람이나 짓고 살겠지, 하는 생각을 대부분 한다는 것을 꼬집었다. 그 부분에서 나도 찔리는 게 없잖아 있었고, 읽는 독자들의 마음 속을 헤아리는 듯한 느낌에 처음부터 매료되었다. 집을 짓는데 돈과 시간을 생각하기보다는 집에 살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점을 먼저 상기하고 책을 읽으니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목차를 살펴보니, 집 더하기 자연, 집 더하기 이웃, 집 더하기 작업, 집 더하기 쉼,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집이라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이렇게 나눈 것인데, 어떤 분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내 집이 그 자연에 묻혀 조화를 이루기를 바라는 분이 있을 것이고, 요즘같이 서로 이웃끼리 왕래가 없는 것을 우려해서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들을 비롯해 요즘은 프리랜서 분들도 많으시니까 집에서 작업과 창조적인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집의 역할이 또 쉬는 곳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 다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집을 짓는 건축가들의 건축디자인들도 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건축가가 그냥 특이하고 예쁜 건축 디자인을 해서 짓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만족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디자인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각 집 소개하기 전에 건축가의 프로필을 잠깐 소개하고, 그 이후에 건축가들에게 건축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인터뷰를 한다. 각각 모두 다른 답을 하지만, 결국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집이 있었는데, 단무지공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로프트하우스였다. 예전에 즐겨봤던 공중파 프로그램 중에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나 각자 사연들을 올렸던 분들 중에 선별하여 낡은 집을 수리하고 리모델링해서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깔끔하게 새로 바뀌고 난방잘되는 집을 선물받은 가족들의 그 감격스러워하던 표정이 떠오른다. 황망한 대지에서 새로운 주택을 짓는 것도 멋지고, 집이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싶은 호수중턱에 짓는 집도 멋지지만, 별다를 것 없는 어떤 공장이나 건물을 가지고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곳을 새롭게 해석하고 바꾸어 내가 원하는 목적의 어떤 장소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13채의 집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집도 마음에 들고, 저런 집도 이뻤다. 하지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따라 분류한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나는 이웃과 함께하는 용도와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실 공간을 가지는 집을 가지고 싶다. 집에 대한 애착이 없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집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고, 작은 평수라고 작은 내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는 '소유욕'이 생기고 말았다. 요즘 아이들이 집을 그리면 모두 같은 아파트를 그린다고 하는데, 나중에 내 아이가 만약 그렇게 집을 그리는 건 싫을 것 같다. 아파트가 싫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아파트에서 자라지 않아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편해보여서 부러울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 가치관을 담아 집을 짓고, 그 안에서 내 삶을 빚어 나간다는 생각이 드니까 남들 다 똑같은 곳에서 사는 아파트에서는 내 삶 또한 개성이 없는 삶이 될까 두려운 생각이 드는 거다.

 

내게 <집 더하기 삶>은 집에 대해서 짓는데 얼마가 들고, 평수가 얼마나 넓은가만 생각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주는 책이었다. 부동산 값이 오른다 내린다, 집에 대한 가격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진짜 집에 대한 생각을 뭔가 이상적으로 바꾸어 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하우징스토리>라는 프로그램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이 프로그램에 나온 집이 꽤 되지 않을까, 13인의 건축인들만 엮었다고 하니 다른 건축물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방송도 챙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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