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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즈 미스터 포스트맨 2
야마자키 유미 지음, 미나츠키 히카루 그림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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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넘어 21세기로 들어선 지금도 편지라는 전달 매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의, 대화를 나누기 위한 보다 손 쉬운 매체들이 발명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편지에 낭만을 담는다. 편지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낭만적인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손으로 꾹꾹 눌러 정성스레 쓴 글자와, 몇 번이나 고쳐가며 썼을 누군가의 마음에 있지 않을까. 혹은 빠르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느림(혹은 기다림)의 미학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다림... 그것은 설레임과 통하는 단어이니까.

『플리즈 미스터 포스트맨』은 이런 편지라는 매체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포스트맨은 책의 화자로서 존재하며, 포스트맨이 전하는 편지를 주고 받은 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어간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때론 말보다 글로 전하는 마음이 더 정확하다고. 말은 생각과 동시에 나오는 것이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 그 정리의 과정에서 사람들을 깨닫는다. 스스로의 마음을. 편지는 그런 것이다. 말보다 진심이 어린 대화.

『플리즈 미스터 포스트맨』에는 서로에 대한 오해로 사이가 틀어져버린 많은 이들이 나온다. 연인 사이, 친구 사이, 모녀 사이, 부녀 사이... 그들은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다툼으로 끝나기 쉽상이고, 사이는 점점 벌어져 간다.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다. 편지는 이런 그들에게 화해의 손길이 되어준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편지에선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엿보이고, 싸움 끝에 연락을 끊어버린 친구의 편지에서 여전히 뜨거운 우정이 느껴진다. 그들은 진심이 담긴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의 진심을 읽은 이는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연다. 이 따뜻한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건 당연한 일!! ^^

하지만 이야기의 패턴이 빤히 보이는 만화는 곤란하다. 마음이 훈훈해질 따뜻한 만화를 그리는 것은 좋으나 그 따뜻함이 상투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만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사람들은 금방 눈치챈다. 이 이야기, 전에 본 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하긴 요즘 이야기들이 다 그렇지, 뭐-. 독자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끝장이다. 작가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 따뜻한 이야기를 꾸려나갔으면 좋겠다. (더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그리고 북박스는 반성할지어다. 해적판도 아니고 정상적인 유통 경로로 들어온 만화책에 오탈자가 이렇게 많아서야 되겠는가. 정확한 번역과 꼼꼼한 편집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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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 나뭇잎에서 밑동까지 구석구석 사랑을 내어 놓는
셸 실버스타인 글 그림, 이재명 옮김 / 시공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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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 설령 읽지 않았다 해도 들어는 봤을 겁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나무가 주는 모든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져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의 저는 이 책을 보며 아주 단순한 생각을 했었지요. 나도 타인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야지, 나무처럼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사랑하는 작은 소년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어른입니다. 저는 나무와 숨바꼭질을 하는 대신 나무의 열매를 따고 있어요. 아마 곧 나무의 가지들을 베어 갈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의미를, 그 아름다운 이름을요. 짧은 동화 한편이 주는 의미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한 나무가 어떤 소년을 사랑했습니다. '왜?' 라는 질문은 하지 말아요. 책에도 적혀 있지 않을 뿐더러 나무의 사랑에는 이유가 없을 테니까-. 나무는 그냥 소년을 사랑했습니다. 소년은 나무의 곁에서 나무와 함께 놀았습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고, 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그네를 뛰고, 사과를 따 먹고,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그런 소년을 보며 나무는 행복했어요. 나무는 소년을 무척 사랑했으니까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 소년은 나이를 먹었습니다. 나무는 홀로 있을 때가 많았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나무를 찾아 왔어요. 나무는 예전처럼 함께 즐겁게 지내자고 말했지만 소년은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할 뿐이었죠. 나무는 자신의 사과를 내어주며 팔도록 했습니다. 소년은 나무의 사과를 따 갔고,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또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소년이 찾아와 살 집이 필요 하다고 했어요. 나무는 자신의 가지들을 내어 주었습니다. 소년은 가지를 베어갔고,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소년이 찾아왔습니다. 소년은 배 한척을 원했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줄기를 내어 주었죠. 소년은 그 줄기로 배를 만들어 멀리 떠났고,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행복 했지만 사실은 그런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아니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마음이 따끔- 하고 아파 왔습니다. 나무는 행복하다고 했지만, 실은 슬펐던 거예요. 나무는 소년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음에 아주 많이 기뻤겠지만, 그래서 행복했겠지만, 소년이 떠나서 쓸쓸하기도 했을 겁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그럴까 봐서 내 마음이 조금 아리고 쓰립니다.

또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소년이 돌아 왔어요. 나무는 이제 미안해 합니다. 소년에게 줄 것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소년은 이제 자신에겐 필요한게 별로 없으며 그저 편안히 앉아서 쉴곳이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나무는 기뻐하며 자신의 밑동을 제공하지요. 소년은 그곳에 앉아 편히 쉬었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 했습니다. 그리고 소년도 행복했을 거예요. 책에서는 단 한번도 소년의 기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저는 알수 있어요. 그 소년은 바로 저이니까요.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바로 내 어머니였어요. 내가 다섯 살이어도, 스무 살이어도, 서른이어도, 마흔이어도, 그리고 할아버지가 되어도 내 어머니에게 나는 어린 소녀일 뿐입니다. 나무가 나이 든 그를 소년이라고 부르듯이 내 어머니에겐 나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당신에겐 항상 작은 아이인 저는 늘 투정을 부리고, 뭔가를 요구하고, 당신의 사랑을 가지려고만 합니다.

당신의 사과와, 당신의 가지와, 당신의 줄기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당신에게 남은 자그마한 공간마저 차지할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도 행복합니다. 이제는 그 사랑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나무, 당신은 내 어머니세요. 끊임없이 베푸는 사랑의 이름, 그 이름은 바로 어머니,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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