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연출의 사회학 -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기하는가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현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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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모두 하나의 무대,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은 모두 배우에 지나지 않지.”

-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좋으실 대로> 제 2막7장 중


나는 대학에서 ‘우연찮게’ 사회학을 전공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외교관이 되어 국제무대로 진출하겠다’는 당시 공부 좀 열심히 한다는 문과 애들의 전형적인(하지만 본인은 무척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꿈을 가지고 정치외교학과만을 지원했던 나였다. 그래서 대학도 정치외교학과가 있는 사회과학부로 진학했다. 당시 1학년들에게는 전공 탐색을 위해 다양한 개론 수업을 들어볼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일편단심 정외과였기에, ‘정치학개론’, ‘세계정치’ 등의과목을 냅다 수강신청 하고 전공선택에 대한 고민없이 1학년을 보내려고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나에게 ‘영업’을 했다. 사회학과가 정외과보다 전망이 있다는 것이다. (실상은 도긴개긴이다. 어차피 둘 다 취업과는 거리가 멀다.) 그 친구의 말로는, ‘사회학 전공 소개행사에 다녀왔는데 사회학과 출신 선배들 중 유명인들이 많고,또 사회학이라는 과목은 사회과학의 기본이며, 정치학과 외교학을 묶은 ‘정치외교학’이라는 전공은 우리나라 학제에서 임의로 묶은 것이기 때문에나중에 유학을 갔을 때도 사회학(Sociology)이 더 보편성을 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성공한 유명인들 중에서 장기하, 이적, 성시경 등이 사회학과 출신이라는 말까지 덧붙이니 귀가 얇은 나는 그 말에 홀랑 넘어갔다. 지금이었으면 ‘야 봉준호도 사회학과 출신이래’라는 말에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사회학을 전공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공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데 있어 TMI를 남발하며 십년 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어빙 고프먼의 ‘자아연출 이론’이 내가 사회학을 좋아하는이유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그이면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것!


사회학 연구의 기초가 되는 이 ‘사회학적 상상력’이 난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이 사회학적 상상력을 일상으로 가지고 들어온 어빙 고프먼의 이론을 만났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개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가지 상황들은 결국 암묵적인 규칙과 대본이 있는 ‘공연’이라는 것. 개인들은속한 조직 안에서 맡은 배역을 잘 수행함으로써 공연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데 일조한다는 것. 그리고사회, 조직, 관계 안에는 이러한 수많은 크고 작은 공연들이중첩되어 있다는 것. 결국 사회에 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개인은 이 연극안에 필연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우리의 자아를 바라볼 때에도 사회 조직안에서 맡은 배역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는 정말 좋은 ‘배우’였을까? 이 책을 읽고 돌아보니 나는 정말 형편 없는 배우였다. 특히 20대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더욱.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옷정리를 하며 고객이 선뜻 다가오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 한 회사에서는상사에게 서운한 소리를 듣고 울컥해 온 직원들이 들을 수 있는 사무실 한복판에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그 자리에서 서러움을 쏟아냈다. 어느 회사에서는 고용여부를 가지고 말 잘 들으라는 식으로 협상하는 상사에게 ‘그럼 그만두겠다’며 상사를 당황케 한 일도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이 실패였던 건 아닌 것 같다. 학창시절 나름 교내에서 유명한 모범생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의 신임을 받았고, 각종 취업면접, 대학원 면접에서도 합격한 경험이 있으니까. 또 나와 맞지 않는 서비스업 알바도 수없이 해왔으니까. (가끔 그 배역 연기에 실패했을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당시에 했던 행동과 말은 그 배역을 충실히 수행한 거였지만, 그렇다고 모두 거짓도 아니었다. 나는 그 순간 정말로 진심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내 일상이 사실주의 연기술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연기훈련의 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드라마는 내 일상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살아보려 한다. 사실과 거짓이 혼재하고 진짜와 가짜가 줄을 타는, 그래서 때론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우며, 그럼에도 가끔 찾아오는 찰나의 즐거움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내 거지 같은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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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20주년 특별 기념판) - 개정증보판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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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서적의 클래식. 재테크 초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나도 어렸을 적 우리집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을 본적은 있다. 잠깐 표지도 펼쳐봤었나? 그 때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그냥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정규교육을 받는 동안 '관료를 꿈꾸는 인간'으로 강요받으며 자라났고 재테크나 부동산, 주식 등 투자는 남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이 생각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프리랜서로 남은 인생을 펼쳐보기로 결심하며 '돈 공부'를 시작했고, 뭐든지 Back to Basic! 기초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사서 읽게 되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저자의 교사 아버지(가난한 아빠)와 친구의 아버지(부자아빠)의 서로 다른 견해와 시각을 통해 저자가 어떻게 부와 돈의 개념을 터득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어렸을 적 저자는 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전문직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동시에 사업가인 친구의 아버지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의 사고와 방식이 가난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시간이 지나며 저자는 부자 아버지의 생각을 따라 살게되고 청년시절 다양한 직장을 경험하며 얻은 역량으로 부동산 투자와 사업 등을 하며 큰 돈을 벌게 되었다는 이야기.

여기서의 핵심은 '부자들은 자산을 통해 일을 하지 않고도 계속 돈을 번다'는 것이다. 노동하지 않고도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을 취득하고, 이런 캐시플로우 구조를 만들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책은 강조한다.

나도 요즘 '어떻게 하면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육체&정신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던터라 책 초반부 부자아빠의 이야기를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부자는 마땅히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강제할 순 없을 지라도 적어도 나는 책임있는 부자가 되고 싶기에 세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은 공감하지 못했다. 아직 고액납세를 해보지 않아 그럴수도 있지만 말이다 ㅋㅋㅋ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남이 문제라는 태도는 내 선택지를 좁힌다 - P58

돈을 벌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것 = 두려움, 욕망 - P78

평생을 두려움 속에서 산다는 것, 자신의 꿈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잔인한 일이지. - P81

현실세계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은 대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다. - P209

부자와 가난한 자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이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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