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김영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주에 롯데백화점에서 주말마다 아기 영어 노래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돌아오면서 예전에 친구하고 영어 공용화 문제에 대해 논쟁했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반대 입장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과거 유럽 열강의 식민지였던 곳은 지금도 영어나 불어를 모국어처럼 쓰거나 상류층의 공식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 나라들의 대부분 원래 자신의 말보다 영어를 더 고급스런 언어로 생각하고 있다. 영어를 배우면서 미국문화와 가치관을 함께 배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며 은연중에 국어를 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지하철등에서 분명 한국아이들인데, 영어를 유창하게 쓰며 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약간의 으쓱거림을 느꼈다면 나의 망상인가? 우리도 영어를 틀리면 부끄럽게 느끼니(사실 당연한 것인데도,) 그들을 탓할 것은 못된다. 지금도 이미 은연중 영어의 가치를 국어의 가치보다 크게 느낀다.

과거 우리나라에게 강대국이 중국이 전부일때, 일부 식자들은 중국풍이나 중국말의 가치를 우리말보다 중히 여겼다. 만일, 현재와 같이 교통, 통신 등으로 전국을 제어할 수 있었다면, 지금 우리의 언어와 문자는 중국과 같을 지 모른다. 고려, 조선을 거쳐 우리가 중국과 언어가 같았다면, 문화전파와 경제적 효과는 그당시로는 엄청났으리라. <나는 고발한다>에서 김영명은 영어 공용어론을 사대주의의 전형으로 단죄한다. 사대주의는 생존을 위해 외국문물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실용과 명분을 결합시킨다고 한다.

누가 과연 국어와 동급으로 영어를 놓으려고 하는가, 이것이 과연 경제적인 이득만을 쫓아서 결정할 일인가? 영어는 국제어가 아니라 미국어일 뿐이다. 100년후 일본이 초강대국이 되서 일어가 지금의 영어 역할을 한다면, 그때는 또 일어가 공용어가 되야 한단 말인가? 그 와중에 우리말은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사실 경제적인 이득조차 의심스럽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영어를 잘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개인적으로는 능력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상황은 영어가 다른 나라 말에 비해 더 유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언젠가 변하고, 영어라는 것은 유용한 도구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태우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고, 내 경제력 범위에서 교육도 시키겠지만, 더욱더 바라는 것은 내 아이가 우리말의 느낌과 어감, 어휘의 선택 및 배치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구사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하고, 미국 뿐만이 아니라 3세계인에게도 오픈마인드로 다가갈 수 있는 (언어구사를 떠나)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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