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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샤워를 하지 않는다
이동훈 지음 / 다락원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인은 샤워를 하지 않느다>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글쓴이가 서두에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책 내용은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아직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은 문제"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에서 생활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갈 수 있는 이야기이기때문에 신선한 감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흔히 일본을 스치듯 다녀와서 감상문을 활자화 하는 것에 불만을 갖는 사람이다. 만약 글쓴이가 경제전문가라면 경제적인 부분을 좀 더 언급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생각만을 글로 쓰다보면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러한 부분을 몇 군데만 들어보자.
첫째, 페이지 85쪽에 "요코즈나는 3대회 연속 우승이나 이에 준하는 성적을 거둔 경우"라고 되어 있는 데 이에 대해 나는 달리 생각한다. 일본 스모에서 요코즈나(그랜드 참피온)가 되기 위해서는 오오제키(챔피온)에 있는 스모선수가 연속해서 두 번 우승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성적(예를 들면 준우승)을 올려야 한다. 이 경우는 성적뿐만이 아니라 스모의 내용과 선수의 인품 또한 요코즈나의 승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요코즈나 심의위원회의 찬성(동의)을 얻어내야 한다.
둘째, 일본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페이지 119쪽)에 대해 글쓴이는 '절약정신'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에 대해 나는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일본어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용이나 외국인용(특히 히라가나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은 띄어쓰기를 한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본어가 띄어쓰기를 안해도 되는 이유는 일본어는 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렇기때문에 굳이 띄어쓰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째, 일본의 버스 요금도 우리와 같이 거리와는 상관없이 한번 타고 내릴 때를 기준으로 하니(페이지 141쪽), 이는 사실과 약간 다른 것 같다. 시내 버스의 경우 거리 별산제이다.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일본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여과장치를 통해 조절할 수 있지만, 일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자칫 모든 것을 스폰지처럼 흡수할 수도 있다. 전공자나 학자의 견해가 아닌 방문자가 자칫 자신의 견해를 마치 정설로 포장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인쇄화된 책은 수정이 어렵고 그 흔적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