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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에이미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6
스티븐 마이클 킹 글 그림, 정태선 옮김 / 국민서관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나도 에이미 못지 않게 꼼꼼하고 깐깐한 성격이다. 털털하지도 않고 인내심이 많지도 않고 남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크지도 않고 희생 정신이 크지도 않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수녀가 될까"라고 말을 했다가 고모한테 엄청 욕을 먹은 있었다. "너같이 욕심 많고, 남한테 지는 꼴 못 보는 애가 수녀 잘도 되겠다."라는... 그 때는 그 말이 엄청 서운했는데 맞다. 내 성격 지랄맞다. 그런 내가 참고 또 참으며 시집살이를 9년이나 했을 때 우울증 걸려서 죽는 줄 알았다. 참고 또 참을 성격이 아닌데 싹싹한 척, 상냥한 척, 희생하는 척 하다가 결국에는 막판에는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 일 이후로, 약 5-6년 동안 나는 시댁에서 찬밥 신세에 싸가지 엄청 없는 애로 낙인이 찍혔는데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사는 동안 모난 성격도 둥글둥글해지고, 내 눈에 눈물 나면 남의 눈에 피눈물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니까 성격도 부드러워지는 것이지 자기 본성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에이미는 에이미대로, 헨리는 헨리대로 자기 성격대로 살면 좋을 것 같다. 순간적으로 잠시 잠깐 헨리가 꼼꼼해지고 완벽해 질 수는 있다. 에이미도 한 동안은 태평하게 신경 안 쓰고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본성은 감출 수 없기에 헨리와 에이미의 완벽한 조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에이미와 헨리가 결혼을 한다면? 둘이 서로를 보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일 난다. 서로 몇 달 못 살고 이혼할 확율이 더 높은 것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은 아니더라.
난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너도 좀 변해라. 너 이런 것은 나뻐, 고쳐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생긴대로 사는데 나이를 먹으면 점점 더 좋아하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다혈질인 사람도 나중에는 화가 좀 누그러진다. 왜냐고? 내 몸이 아프니까... 화내면 내가 아프니까 내가 살기 위해서 화를 조절하는 것이더라구요...
부조화스러운 것들의 조화를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생긴대로 나름대로 살라는 이야기로 받아 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