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활을 겨누다
김호석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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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다.  나같은 사람이 그림에 대해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내 느낌에 좋은 그림도 있고, 낯설고 꺼려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으니 나름대로 그림 감상을 하기는 한다. 이 책을 보며 사진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고 벌판에 사는 동물들,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와 닿는다. 죽은 짐승의 시체를 사진으로 보면 이렇게 자세히 못 보았을 것이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모래 냄새, 쓸쓸함, 광막함이 느껴져서 그림 하나 하나를 자세히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 중 <조드>라는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이 인상적인데, 난 이 사람이 조드인 줄 알았다. 그러나 뒷 부분에 씌여진 글을 읽어 보니 <조드>는 몽골의 겨울 재해를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조드는 집중 가뭄과 강추위가 겹쳐서 유목 문명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무서운 재난인데, 이것이 오면 정착민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이 먹을 물이 없어서 초봄을 견디기 위해 남겨둔 물을 훔치는 일부터 재난의 시작이라고 한다.  건조한 동물 배설물이 부족해서 난로에 피울 연료가 없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드.라는 그림의 앞에는 사람이 서 있고 뒷부분에는 낙엽처럼 쌓인 동물들의 시체더미를 그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요즘 인기 있는 여자 개그맨이 콧소리를 내며 '몽골에선 낙타똥이 연료라네"라는 말을 하는데 그 연료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모래 냄새, 광막함, 외로움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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