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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오츠카 아츠코 지음, 송영빈 옮김 / 글로세움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부모님이 내가 아기 때 이혼을 하고 각자 자기들이 살고 싶은 삶을 찾아 떠나고 나서 나는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조부모님이 내게 너무 잘해주셨기 때문에 난 엄마나 아빠를 그리워하지 않고 살았다. 중학교 2학년 때 할아버지가 뇌일혈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는 할머니가 계셔서인지 친척들의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그리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때 할머니가 버스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3일을 있다가 돌아가셨기에 난 죽음을 그 때 실감했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새벽, 할머니를 시체 안치실에 넣어 놓고 고모와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왔는데 난 그 때 세상에 배신감을 느꼈다. 내게 제일 소중한 할머니가 죽고 없는데, 동네는 세상은 여느 날과 다름없다는 것에 배반감까지 느꼈다. 아무 일 없다는 각자 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자살까지 생각했었으니 그 때 그 외로움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는지...
이 책을 보고 행복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태어난 순간 죽을 날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뜻밖의 죽음으로 주변 정리도 못하고 죽는 것보다는 죽을 날을 感으로 알고 하루 하루 준비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더 행복한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어르신들이 늘 하시는 말씀, '자식들 고생 시키지 말고 자다가 죽어야 할텐데...' 그렇다. 순하고 곱게 죽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며 엘마 할머니의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졌다. 점점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바삭바삭 말라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보여주거나 얘기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아직은 죽음과 먼 나이니까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다고 한다. 그렇지만 죽음 자신은 어린 친구들이라고 배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음은 아무나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고 한다. 죽음이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품고 살아야 하는 '언젠가 떠날 차표 한 장'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훗날 받아들이기 힘든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고 아릅답게 죽음을 맞이한 엘마 할머니처럼 어린 친구들도 죽음에 대해 한번쯤 깊은 생각을 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작가의 의도와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곱 살이면 일곱 살 답게, 일흔 살이면 일흔 살답게,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그 나이에 맞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씀인데 나는 그 말씀에 공감한다.
결혼하면서부터 시부모님을 봉양하고 살아야 했던 나의 사촌 올캐에게 고모가, '너는 나보다 젊으니까 우리 죽고 나면 니들끼리 오붓하게 살아볼 수 있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시자, 새파랗게 젊은 올캐가 "죽는데는 나이순이 없다"는 말을 해서 눈물을 짓던 고모 생각이 난다. 올캐 말이 맞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죽는데는 순서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것이겠지...
이 책과 함께 마루벌 출판사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 브라이언 멜러니) 이란 책을 아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인데,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하자면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수명이 아무리 ?아도,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란다.
그 사이에만 사는 거지." 라는 구절이다.
죽음이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다정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라 이 책 또한 고맙게 읽은 책이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