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한자정복기 1 - 동화로 배우는 한자여행
이상배 외 지음, 김우영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한자를 주제로 한 만화책을 꽤 많이 보았다. 딸 아이보다는 아들 녀석이 더 좋아하기에 판타지 형식이나 대결 형식의 한자 만화책을 꽤 보았는데 한 두가지를 빼 놓고는 실망스러운 것들도 있었다. 아무리 대학 도서관에서 제일 대출이 잘 되는 책이 판타지 무협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떤 책은 좀 너무한다 싶고, 성의가 없게 느껴져서 서운했었기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는 글로 된 책이기게 말이다.

  이 책의 맛을 설명한다면 초콜렛이나 잼, 크림이 들어 있지 않은 담백한 크랙커 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뚱딴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김우영님의 만화가  재미있고 웃기는 만화라기보다는 슬쩍 웃음을 짓게 만드는 만화기에 그렇고,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교훈적인 면도 있기에 순간적인 단 맛을 추구한 과자가 아니라 담백한 크랙커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우선, 좋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바보같지만 정직한 사람 바우의 이야기도 좋고,  구슬 세 개를 얻어 30년을 더 살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구슬 하나는 임자에게 돌려주고 죽음을 택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좋았다. 할아버지가 저승 사자에게 구슬을 줄 때마다 조마조마했었는데 결말이 참 좋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우스개 소리로 가늘고 길게 산다, 짧고 굵게 산다라는 말을 하는데 할아버지가 마지막 한 개 남은 구슬을 스스로 내어 놓았다는 것이 참 고맙다. 그 외에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효에 대해, 욕심에 대해,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좋은 생각거리들을 제공해 주고 있어서 고맙게 잘 읽었다.  다만, 아버지의 살리기 위해 각자 물에 빠져 죽은 두 형제의 이야기는 두 형제 중 하나만 죽는 것이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고, 자식을 둘이나 죽 이고 산 아버지의 인생이 순리를 따른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착잡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을 한가지 더 말한다면, 자연스럽게 획순을 익히게끔 배열을 해 놓았다는 것이다. '얘들아, 이게 획순이란다"라고 말은 안하고 있지만 동일한 글자가 칸칸이 배열된 것을 보면  획순을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식견이 좁은 내가 생각할 때 이 책의 단점이 있다면, 한자를 설명해 놓은  본문이다. 자, 형제라는 말은 한자로 써 넣어도 형제이니까 읽기에 무리가 없지만 사람이라는 말 다음에 人자를 넣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없게 된다. 해도 그렇다. 해라는 말 다음에 괄호를 해 놓고 日이라고 써 놓으면 읽는 말과 뜻하는 말이 달라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日을 알려주려고 했다면 차라리 日記라는 말이 들어가도록 했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 까 싶다. 물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뒷부분에서 한자의 음과 뜻을 알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본문을 다 읽은 후에 알게 되는 것이라 그리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 지상렬식 영어가 유행이라 유명한 영어 강사 문덕님이 쓴 책에도 우리 말 중간중간에 영어 단어를 섞어 쓰고 있는 책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읽으려면 a strawberry,  스트로베리라는 영어를 읽을 줄 알아야 막히지 않는 것이지 일일이 단어를 찾아가며 읽는다면 그 책을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자 밑에 음을 달아 주던지 아니면 한자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더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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