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이 꾸는 꿈, 숲
이성아 지음, 이우만 그림 / 푸른나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꽃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20페이지 마지막 줄에 있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 정말 우리는 살다 보면 뭐가 선이고 뭐가 후인지, 뭐가 주이고 뭐가 종인지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기에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꽃가루를 날라다 줄 곤충이 더 좋아하는 색깔로 꽃을 피운다는 말... 종족 보존의 의무를 다하는 꽃들의 철저한 임무인데 우리는 우리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 포탄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온 천지가 불탔던 곳, 그 황무지에 작은 떡잎이 하나 생기고 그 떡잎부터 시작해서 아름드리 숲이 이루어지고 온갖 동물들이 모여드는 과정도 신기하고 벅차고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내 기억에 딱 들어박힌 것이 있다. 아마 평생 살면서 이 말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세상 모든 생물의 최대 목적은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뾰족한 잎을 가진 소나무도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는데 무심할 리 없다.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꽃을 피워야 한다. 꽃잎도 없이 가지 끝에 두 개에서 다섯 개 정도 달리는 암꽃은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꿀샘 같은 것도 만들지 않는다. 오직 내용에 충실할 뿐이다. 벌이나 나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바람의 힘으로 꽃가루를 날리기 때문이다.

벌이나 나비를 유혹해야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수분에 성공하고 자손을 퍼뜨리지 않아도 되기에 외모에 신경쓰지 않고 내용에 충실할 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세태를 보자, 얼짱, 몸짱, 동안 아줌마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48살 먹은 아줌마가 20대 후반의 대학원생처럼 보여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총각이라도 따라오면 미안해서 어쩌려고... 아줌마가 무식, 몰염치의 대명사가 아니라, 자기 계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아줌마가 아가씨같이 보이려고 하는 것은 남들을 포용하지 않겠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아줌마는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아끼고 베풀어야 하는데 나는 어려보이니까 그렇게 안 해도 되고, 그러니까 욕을 안 먹어도 된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아줌마도 여자인 것은 분명하나 여자이기 전에 어머니라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 축구 선수의 부인이 출산 후 몸매 관리에 성공해서 낸 책, 그 책을 읽다 보면, '다시 싱글처럼'이라는 구절이 있다. 다시 싱글처럼 보여서 어쩌자고? 그 축구선수가 바람이라도 피면 자기만 손해니까  언제라도 긴장을 늦추고 있지 않고 아가씨처럼 보이며 살겠다는 것인가?   뭐가 염불이고 뭐가 잿밥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작은 씨앗 하나가 큰 숲을 이루고 많은 것들을 포용한다는 것을 수필처럼 잔잔한 말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과학책 같지만 어찌 보면 인생을 좀 다른 눈으로 바라보라고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나서 고맙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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