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매콤한 맛 ㅣ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1
김용규 지음, 이우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쉬운 철학책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기억이 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니 꽤 오래된 일이다. 간만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손에 잡았다.
이 책에는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사상, 철학과 실생활이 접목되는 것등 다양한 경우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약속, 이기주의, 거짓말 등 우리가 살면서 겪는 다양한 가치관의 혼란, 정의에 대한 것을 읽고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내 마음, 내 손길을 꽉 잡고 끝까지 읽게 해준 이야기는 모파상의 소설 '비계덩어리'에 대한 내용이다. 모파상의 소설 '비계 덩어리'를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주인공 비계덩어리의 잘못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화자는 두 명으로 아버지와 딸이다. 딸은 비계 덩어리의 잘못은 '못된 위선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비계 덩어리의 희생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대목에서 아버지는 '아이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어머니들'을 예로 들고 있는데 이 부분은 모든 어머니들이 꼭 한 번쯤 읽어보아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은 전혀 돌보지 않고 아무런 이기심 없이 오직 아이에게만 매달려 희생적으로 돌보는 어머니들, 이런 어머니들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묻고 있어서 나도 내 행동에 잘못된 점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게 되었다.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을 한 어머니의 불찬성에 대해 걱정하고 긴장하고 두려워하며, 또한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결국 마마보이나 파파보이를 만들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에 솔직히 좀 당황했다. 자기사랑없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행하며 나쁜 결과를 가져 오는가는 나부터 겪었던 일이기에 내 자식에게 복종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혼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반성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시집살이 9년 동안, 시아버지 병수발 6년, 시어머니 병수발 3년을 하는 동안 내 인생이 그분들 때문에 희생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되짚어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를 망친 것은 결국 나의 하고자 하는 의지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있기에 네가 있는 것인데 나를 죽였으니 너 또한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이 책에 나온 모든 철학자의 생각, 현실에서의 문제점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보는데는 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주를 보는 분들도 말한다지? 성격이 바뀌면 사주도 바뀐다고... 고지식한 생각, 나만의 생각에서 탈피해서 남과의 합일점,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