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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그림 노트
조진태 지음 / 아이워크북(와이미디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시를 싫어했다. 학교 다닐 때 밑줄 치고 의미하는 것을 달달 적어 넣어서 시보다 설명이 많았던 교과서의 시들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과서에 나온 시들은 주로 일제 시대, 전쟁 시기의 시들이었기에 재미없었다. 그런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꼭 그 시를 이해하고 외우고 작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지 참 싫었다. 국경의 밤같은 시는 너무 슬퍼서 배울 때 짜증이 났다. 그 상황이 상상되지 않는가. 답답하고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이 슬픈 상황말이다. 그래서 난 한동안 시집, 시, 시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싫었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시에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은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읽고서였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라'는 말에 쏙 빠져 들었다. 유행가가 인기있는 것은 내 마음같기 때문이지 않나? 이심전심의 마음 말이다. 이 책... 나같은 아줌마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읽는다. 왜? 요즘 논술이니 독서지도니 하도 말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부터 살펴보았다. 저자분은 세계일보 기자였다가 대치동에서 논술 학원을 운영하시는 분이란다. 이 분이 쓴 머리말에 보면 시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의 형식을 외우고 구조를 암기하느라 시에서 정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시란 입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이런 책을 만드셨단다. 취지가 참 좋다. BUT 그러나 이 책 또한 나만의 감상, 감정을 허락하지는 않고 있다. 만화로 실예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자칫하면 더 짜증날 수도 있다. 잔소리 안 하는 것처럼 하면서 기회만 되면 나를 가르치려고 하고 나의 잘못을 꾸짖는 시댁 식구들 같다. 짜증난다. 은근히 저자분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 대학에 떨어진 후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말했다는데 그 '나'가 누군고? 작가분인가? 작가분이 다니는 학원의 학생 중 한명인가? 만화를 그린 분인가? 또 누군가의 일을 통해 예화를 통해 시를 이해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짜증났다. 미역국도 설렁탕도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야 맛있는 법이다. 김치찌게도 김치가 익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그냥 보고 느끼게 내버려두면 요즘 아이들은 못 느끼나? 그래서 이렇게 청양고추인지 안매운 고추인지 알려주나? 슬프다. 시를 시로 느낄 수 없는 현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