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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과 함께 하는 한국단편 10 - 깊은 생각 남다른 지혜 ㅣ 늘푸른 생각주머니 13
초등논술교사모임 엮음, 전해숙 그림 / 늘푸른아이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성당에 나가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뭐든지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좋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잔이 찰 까지 기다리고 잔이 차고 넘칠 때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편이지만 논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주변의 아이들이 학원이나 개인에게 논술을 많이 배우는 모양인데 나는 끄떡도 없다. 원체 고집이 세고 귀가 얇지도 않아서 미움을 받지만... 그런데 얼마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의 수행평가를 보고 고민이 생겼다. 요즘 학생들은 수행평가때문에 인터넷상으로 학교에서 지정해준 곳에서 독서인증 자격증을 따야 한단다. 책을 읽었다는 증거로 책의 내용을 물어보는 시험문제를 풀고 독후감을 써내야 한단다. 시험에 합격을 하면 인증서를 준다. 본디 글이라는 것이 잔이 차고 넘쳐야 훌륭하고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 것인데... 아직 잔도 만들지 않은 아이들에게 독서 시험을 보게 하고 논술을 쓰게 하다니... 요즘 학생들은 책도 많이 읽고 아는 것도 많아서 글을 잘 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연륜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어쨌든, 불안한 마음에 논술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 책을 골랐다. 딸을 위해서... 그러나 딸보다 내가 더 잘 읽었다. 옛날에 문고판이나 작가의 전집으로 읽었던 한국문학단편들을 좋은 종이로 된 책으로 읽었으니 내 눈이 호강했다. 단편들이 나와 있고 그 단편들에 관해 논술에서 물어볼만한 문제들도 찝어 준다. 그리고 각 페이지 밑에는 어려운 단어 풀이도 되어 있다. 근데, 책의 시작 부분을 아무리 찾아 봐도 "얘들아, 니들한테 어려운 단어에는 빨간색으로 X표를 해놓을께, 밑에서 뜻을 찾아보거라"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똑똑한 아이들이니까 글자 위헤 표시있으면 아래쪽이든 위쪽이든 한번 찾아보라는 뜻인가? 미리 약속을 하고 알려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각각의 단편 옆에는 '논술, 이렇게 생각하면 쉬어요'라고 포인트를 집어 주고 있고, 단편이 끝나면 "논술에서는 이렇게 질문해요."라고 일러주고 있다. 에구.... 이제는 논술도 똑같은 글을 찾아낼 날이 멀지 않았나 보다. 그냥 참고 사항으로 읽자, 이 책에서 보고 배우려 하지 말고... 제 짧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