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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바다에서 ㅣ 0100 갤러리 5
타무라 시게루 글.그림, 고광미 옮김 / 마루벌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부르던 동요 중에 초록바다라는 노래가 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진다는 노랫말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며 부르던 노래... 그러나 그 노래를 아무리 열심히 불렀어도 내 마음 속의 바다는 그렇게 즐겁고 기쁘고 예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육지에서 가까운 섬에 가는 배 위에서 보았던 바다도 내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서 죽을 사람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이치를 알기에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새를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만 그때만 해도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어릴 때 불렀던 노래가 떠 올랐고, 초록빛 바다가 주는 아련함, 동경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것인지, 진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믿고 싶은, 정말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사람들의 노랫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물결 치는 바다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둥실 둥실 멀미하는 느낌같은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파도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백인백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다가 주는 이미지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왜 물결이 살랑 어루만진다고 표현했을까 싶어서 부르기 싫은 노래지만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불렀던 그 노래가 떠올라서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이 책 또한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상적이라고 좋아하는 사람, 말도 안된다고 싫다는 사람 등등,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의 나의 소심하고 편집적이었던 생각을 되돌아 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내게는 참 좋은 책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