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전쟁기념탑에서... - 물구나무 002 파랑새 그림책 2
페프 글 그림, 조현실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읽고 났을 때 약간은 멍했다. 너무 뜻밖의 내용이어서 재미있다고 웃을 수도 없고 슬프다고 울 수도 없는 어정쩡한 기분이었다. 슬프다고 해야 할까, 딱하다고 해야 할까, 이럴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야 할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프랑스의 군인들 288명이 자기들의 목숨을 희생한 전쟁이 가치 있는 것인지 확인을 하려고 모여든다. 전쟁기념탑 앞에 모인 병사들의 영혼... 그들은 죽을 당시의 참혹한 모습으로 모여든다. 양 미간 사이에 총을 맞은 채로, 배에 구멍이 뚫린 채로, 머리가 반은 날아간 상태로... 머리가 반은 날아가서 글자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들 중 세명이 변한 세상의 모습에 약간은 낯설어하며 정찰을 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상한 모양의 아파트들도 낯설고 지붕 위의 TV안테나도 낯설다. 그 중 덧창을 설치하지 않은 집을 통해 들여다보는 TV 또한 낯설다. 일기예보를 하기 위한 위성 사진의 구름을 보고 독일쪽으로 이동하는 독가스를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군인의 말에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얼굴에 구멍난 총상을 자꾸 문지르는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미치고 팔짝 뛸 뻔 했다. 마지막에 아이에게 들킨 병사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그들이 느꼈던 공포를 이야기해주려고 하는데서는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어서... 가끔 TV에서 보면 아직까지 6.25전쟁이 끝난지 모르고 산 속에 숨어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상으로 나오는데 진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두려움이 너무 크기에... 다시는 지구 상에 이런 슬픈 일이 없으면 좋겠다. 뱃 속에 든 총알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영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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