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소녀시대
김용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가 박원홍 씨라는 것을 보니 저희 큰 언니 세대의 이야기쯤 되겠다 싶습니다. 저희 작은 언니는 이종환 아저씨를 저는 이문세 오빠를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황석영 님의 <개밥바라기 별>보다는 조금 나이가 어린, 짱뚱이의 고교 시절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시절,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지영 님의 <봉순이 언니>가 저희 세대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 책이 나와서 저희 큰언니 세대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그냥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을 덤덤하게 그려 보여주고 있다가 갑자기 혜주의 실종, 납치, 감금 이야기가 끝부분에 나와서 긴박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혜주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는 거잖아요?  창 밖에서 실갱이를 하는 남녀의 목소리를 들었고,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는 것인데 진이 오빠와 혜주라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그 순간에 주인공이 도와주었더라면 혜주에게 아무 일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안타깝네요. 

김화순 선생님이 혜주를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 혜주에게 냉정한 부모님, 혜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찰 아저씨를 보며 그 시대나 지금이나 어찌보면 여자들에 대한 선입견은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김화순 선생님의 말씀을 빌어 작가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남녀 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이 범법적이든 그렇지 않든 여자에게 그 이유와 원인이 있다고 몰아붙이는 게 한국의 법이라고... 아무리 그렇다 해도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여자들마저 이 모든 문제가 자신의 잘못 때문에 생겼다고 자학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거든요. 

밤 깊을 때 가끔 이웃집 어딘가에서 동네 아줌마의 비명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우리는 무심하게 또 그려려니 했고 동네 아저씨는 곧잘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겠지' 했다. 는 43페이지의 글과 309페이지의 김화순 선생님 말씀 글이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57년 닭띠, 59년 돼지띠, 62년 호랑이띠 우리 언니, 오빠들이 이 책 읽으면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