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겸손해야 겠지요

우리도 가끔은 하느님이에요 ㅣ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16
벤 꿰이뻐르스 지음, 김근 옮김, 잉그리드 고던 그림 / 마루벌 / 2006년 11월

이 책이요, 여성학자들이나 하느님의 천지창조 설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느낌을 줄 수 있겠어요. 일단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등장인물이 할머니와 손녀 테아입니다. 할머니는 손녀가 알아듣기 쉽도록 손녀를 중심으로 천지창조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하느님의 최초의 모습이 여섯살짜리 여자 아이였다는 것도 그렇고, 하느님이 이브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것, 아담은 이브를 위해 나중에 만들었다는 것, 테아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먼저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하느님은 이브를 위해, 이브에게 보여주려고 모든 것들을 창조했지요. 오리 너구리같이 특이한 동물도 이브를 기쁘게 해주려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줍니다.

성경에는 이브 이전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릴리스라는 여인이지요. 그 여인은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했습니다. 아담에게 귀속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 났지요. 성경은 반항적인 릴리스보다는 순종적이고 모성적인 이브를 사랑했습니다.  굉장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판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니, 천지창조설이 옳은지 진화론이 옳은지 따지는 것도 좋지만 그냥 하나의 이야기로 천지창조설을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누구나 하느님처럼 창조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천지창조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우리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결말까지 끌어내고 있는 멋진 책입니다.  여성학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