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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행진곡 ㅣ 나의 학급문고 9
전우림 지음, 이소현 그림 / 재미마주 / 2007년 1월
평점 :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이 여섯 살때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한 녀석이 내 아들 녀석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집을 찾아오곤 했다. 형이 있는 아이였는데 맨날 형아 친구들하고 놀면서 "따"를 당하다가 또래 친구를 만나서 좋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 녀석이 욕심이 많고 영특한 녀석이어서 그랬는지, 무슨 일만 있으면 내 집으로 전화를 한다. "아줌마, 내일 소풍갈 때 진우는 뭐 가져 가요?", "아줌마, 진우도 밥 먹을 때 진짜 콩 먹어요?"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아마 아이 엄마가 콩을 먹게 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친구 이름을 팔았겠거니 싶으니 웃음도 났다. 근데 이 녀석이 점점 도를 지나치더니 내 아들을 견제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어디를 가느라 자기와 못 놀아준다고 하면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와서 어디를 가는지 확인을 하는 거다. 나의 아이들은 문화센터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빠가 실직 상태인 그 집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이모네 간다고 했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와서 확인을 하는데는 미치고 팔짝 뛸 뻔 했다. 내 아이를 얕보고 내 아이를 이겨먹으려는 것이 그 아이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점점 그 아이와 못 놀고 하게 거리를 둔 적이 있다. 애엄마 또한 아무 꺼리낌없이 무엇인가를 빌려달라는 소리를 잘하길래 나도 나중에는 거절한 적이 있다. 자기 시누이가 옆 동에 사는데도 우리 집으로 보내는데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책을 보다보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자기 힘껏 노력을 하는 승준이 엄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에게 책을 사주기 위해 부업을 하고 안달복달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했다. 또한 현정이 엄마도 그만하면 이웃 노릇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는 고가의 물건이니 고장났을 때 서로 말하기가 곤란하니 애초에 빌려주지 않겠다는 생각도 옳은 생각일 것이다. 승준이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경계를 하고 싫어하는 것같으면서도 노력파 승준이를 이해하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현정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 승준이 엄마가 부침개를 가지고 온 날부터 현정이는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다. 빌려주고도 싶고 빌려주기도 싫은 그 마음. 우리도 다 알지 않을까? ^^;;
그런데, 내가 아이들 둘을 키우고 나 자신도 나이를 먹다 보니 깨닫게 되는 게 있다. 승준이 엄마의 자식 사랑이 대단하고, 승준이가 훌륭한 아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내 능력껏, 내 성의껏 아이들 위하고 가르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면 다리가 찢어지는 법이다.
피아노의 종주국 독일에서도 피아노처럼 부피가 큰 악기보다는 들고 다니는 악기를 위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학교 공부를 위해 피아노 학원에서 이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드물다고 하는데 엄마들이 너무 미리미리 준비를 해서 학교에서 점수 받는데 지장없도록 준비를 해주는 것도 좀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려고 노력하는 승준이 엄마와 현정이 엄마의 마음, 경쟁상대이지만 친구인 승준이에 대한 현정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라 고맙게,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