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백묵원
베르톨트 브레히트 / 청목(청목사)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브레히트는 수없이 회자되는 극작가 중에 한명이다. 글쓰기라는 것이 본래 어려운 것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글쓰기는 사상을 드러내면서도 위대한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레히트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서사극'이론이며, [코카서스의 백묵원]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 집단농장 사이의 분쟁(땅의 소유권)과 관련해서 어느 쪽이 더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과 결정, 그런 결정이 나온 이유를 작품의 '프롤로그'에서부터 풀어낸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은 집단 농장에서 펼치는 극중극이다. 이 작품은 고로 작품 속의 작품을 보게 되는 액자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브레히트는 독일에서 태어나 1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휴머니즘적 민중적 요소들이 뿌리박혀 있다. 앞에서 말한 극의 프롤로그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맑시즘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런 사상적 측면들은 그의 민중적인 요소들과 접목되어 그만의 연극이론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의 이론중 재미있는 것은, 그는 민중들이 극 속에 빠져들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감정적인 측면에 치우치는 연극이 아니라 의식을 깨우는 연극이기를 원했다. 사상적 측면을 그려내기 위해 극적 요소를 도입했지만, 그 극적 요소에 함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하녀인 그루쉐는 반란이 일어난 와중에 총독의 아이를 맡게 되어 키우게 된다 그 아이가 총독의 유일한 상속권자가 되자 그때문에 아이의 탐욕스런 친모가 아이를 찾기 위해 그루쉐와 재판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재판관 아츠닥이 아이를 어떤 어머니에게 키우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브레히트의 작품을 읽으면서 단지 재미만 찾는 것은 무리다. 간단한 줄거리 속에서 배우나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기의 역할을 망각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그루쉐나 아츠닥같은 각 인물들은 브레히트가 창조해낸 개성있는 민중의 대표자의 역할을 한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이야기속에 빠져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작가가 글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가에 대한 사고의 긴장을 늦추지 말고, 작가의 그런 표현양식을 비판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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