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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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는 ‘나’는 ‘어머니’의 강력한 교육을 받아 예스맨으로 잘 커왔지만, 몇 번의 ‘예스’로 인해 목숨까지 걸린 극히 불합리한 상황에 봉착해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듯, 나를 이해하거나 도와주는 이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나를 감시하는 ‘양 사나이’는 정작 하수인일 뿐이고 그와 ‘나’는 서로의 처지에 대한 이해자이다.
나에게 희망의 빛을 뿌려주는 ‘소녀’는 ‘나’의 위대한 조력자이다.
이 모든 일은 그저 험상궂은 ‘할아버지’의 만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 속에는 액자처럼 세금징수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등장한다.
세금징수인은 적당히 사는 중산층으로써 3명의 아내와 생을 함께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3명의 아내는 마치 ‘나’와 ‘나’의 삶을 둘러싼 세 부류의 존재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첫번째 존재는 공교롭게도 험상궂은 할아버지와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이다.
악의 상징과 같은 할아버지는 놀랍게도 나의 근원적 존재인 어머니와 동일한 규칙을 공유하고 있다. ‘나’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수많은 규칙들은 이 세상에서 ‘나’를 살아가게 하기 위한 소중한 경험인 동시에 할아버지와 같은 자를 통해 ‘나’의 삶을 파괴시킬 수 있는 지식이기도 하다. 그 규칙으로 인해 ‘나’는 세상으로부터 보호받거나 버림받을 수 있다. 그 굴레는 그야말로 벗어나기 어려운 무언의 족쇄다. 누구나 ‘나’ 와 같은 ‘예스’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아니 선택하도록 훈련받아왔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할아버지 품을 벗어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도 뜻밖에 다시 할아버지의 품에 돌아가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두번째 존재는 양 사나이와 ‘나’다.
양 사나이는 ‘나’를 구속하라 명 받은 하수인에 불과하지만 그 행위의 불공정성을 잘 알고 있다.만약 강자에게서 받는 압박이 공포스럽지 않았다면 ‘나’를 구속하거나 감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양 사나이는 –자신이 생각하건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혼자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수록 머리 속에서 구축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헤집고 나갈 방도가 영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의 상태도 말만 잘 들으면 별탈 없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건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의 변화를 위해선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사실 외부의 자극에도 상당히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 ‘나’라는 존재가 적극적으로 꼬시지 않아도 양 사나이는 ‘나’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탈출에 동참할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양 사나이나 ‘나’는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살고 싶어서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강자나 외부나 모두에 취약 또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세번째 존재는 한줄기 빛과 같은 소녀 또는 찌르레기다.
소녀는 일상적 상황에선 모르쇠적 존재이나, 평소 새장에 갇힌 가장 약자이면서도 묘하게 – 내가 필요할 때만- 정서적 의존을 하게 되는 찌르레기 새와도 같다. 그들은 가장 비루한 삶을 영위하지만 ‘나’에게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순간적으로 비루함이 고귀함으로 변할 만큼 달라보이는 존재다.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이 불합리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제시하고 자신들의 희생에 머뭇거림이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생불 같은 존재들은 ‘나’에게 아무 탈 없을 때는 눈에 띄지 않고 별볼일 없다.


언제나 나 자신은 대체로 두번째 존재에 속하면서, 첫번째 존재의 채찍에 욕하지만 때론 그들의 당근에 안주하여 앞뒤 분간 능력을 완전 상실한다. 그러나 세번째 존재들은 대체로 흔들림없이 평상시 수많은 불합리한 비난을 헤쳐가며 그들의 정의를 관철시켜나간다.
두번째 존재가 세상의 자유와 합리를 누리고 살려면 언제나 세번째 존재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민주화 투쟁이었다면 민주를 받고, 자유화 투쟁이면 자유의 열매를 공유받는다.

나는 간혹 착각한다. 언제나 두번째라고… 하지만 누구나 첫번째 또는 두번째, 세번째 존재로만 머물 수는 없다. 생각보다 존재들 간의 칸막이는 너덜너덜하고 통과가 쉽다. 마치 핵폭탄도 막을 것 같은 초강력 철강 벽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단 1초라도 나는 첫번째나 세번째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존재로 오래 머물고자 하는 지 자신의 의지를 매번 스스로 시험하고 있을 뿐이다. 때론 눈을 감거나 직시하면서, 때론 멈추거나 전진하면서…

이 책 속의 ‘나’ 역시 3명의 아내 또는 남편과 같은 3가지 존재는 모두 다 ‘나’의 내면에서 치열하게 전투 중인 ‘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 사족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은 참 살아오거나 생각해온 것들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판타지 단편소설에서 불합리한 현실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완전 표준인, 합리성 결여 인간, 정의와 거리가 먼 인간인데다가 꽤 한 판타지하는데…ㅋㅋ

개인적으로 나는 소설을 거의 안 읽고 하루키 소설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다.
책소개에 등장하는 초기작의 ‘양사나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다소 궁금은 하나, 특정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골라 볼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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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고 싶은 남자 1위에게 협박당하고 있습니다 1 - 뉴 루비코믹스 1530
사쿠라비 하시고 / 현대지능개발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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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댓글만큼 좋았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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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붓다 - 우주 존재법칙을 깨고 사라진
김병훈 지음 / 반디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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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란 규명할 필요가 있을까? 지혜의 종교라는 불교를 서구식 교육에 절은 현대인이 소화하기 쉽게 가장 보편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책. 비록 마지막 6장의 단 몇 문장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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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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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나가 후미의 대체로의 작품이 그러하듯 - 주체적인 삶,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한 좋은 사례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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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쿠 10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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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반열로 진행되어가고 있네요.
이야기의 밀도있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역시 성실하고 멋진 민초들의 구슬픈 결말은 가슴 아픕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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