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경제학자 - 아이 기르기로부터 배우는 생생한 경제 원리
조슈아 갠즈 지음, 이양원 옮김 / 이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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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 처음 손에 들기 전 가졌던 선입견을 먼저 말해야겠다. 책에 대한 광고에서 많이 이야기되었던 것은 이 책이 경제학 교수에 의해 쓰여졌으며 육아에 경제학이론을 접목한 획기적인 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경제학이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는데 관심을 가진 상태에서 펼치게 된다. 물론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학 교수의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은 주된 내용이 아니다.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 아이를 키우는 일에조차 하나의 통일된 이론과 그 실행이 적용될 만큼 육아의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세 아이를 포함한 세상은 하나의 이론으로 모두 설명될 만큼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책의 내용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경제학 교수인 자신이 세 아이를 양육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슈아 갠즈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통해 육아의 세상을 이해하고 그 세상에서 설명가능하고 적용가능한 경제학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에서 주로 등장하는 것은 트레이드 오프와 인센티브에 관한 내용이다. 육아에 있어 경제학적 접근에 관한 탁월한 발상은 이책을 읽게끔 만드는 장점이다. 하지만 스스로 인정하듯 저자는 육아의 전문가는 아니다. 책에 나온 모든것을 사고의 꺼리로 삼는것은 환영하나 절대적인 처방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재미있고, 생각할 꺼리를 많이 제공해 주면서 동시에 얼마든지 비판을 허용하는 저자의 입담에 즐겁게 책장을 넘길수 있었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수많은 육아서적들 틈에서 또 하나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읽을거리"로 받아들여지기를 서문에 기록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이상한 출산율을 보인 한 현상을 설명하며 아이의 탄생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의 세금정책은 아이의 생일을 바꾸는 희안한 결과를 낳았다. 세 아이를 낳으며 이와 같은 현상을 직접경험한 저자는 금전적 보상, 즉 돈이라는 것이 인간세상을 움직이는 대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경제학자로서 출산과 함께 시작되는 경제학자의 육아경험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게된다. 갓난아기와 하는 협상은 편식부터 배변훈련에 이르는 다양한 것들에 적용된다. 무조건적인 금지와 명령 대신 인센티브를 도입한 협상의 줄다리기가 아이와 경제학 교수 사이에 치열하게 펼쳐진다. 이 과정은 정말로 재미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댓가로 미니 초콜릿을 받던 아이는 어느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한번에 누는 양을 세번에 나눠 끊어 누기시작한다. 초콜릿을 세번 타갈수 있는 방법은 찾은것이다. 또 동생의 화장실 볼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받는 젤리를 위해 누나는 동생에게 억지로 한바가지의 물을 먹이기도 한다. 기저귀를 입고 잔 다음날 기저귀에 실례를 하지 않으면 받는 보상을 위해 아이는 실례한 기저귀를 스스로 폐기처분하고 몰래 새 기저귀를 갈아입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금지되자 자기전에 기저귀를 벗고 자다 아침에 침대에 실례를 하고는 깨끗한 기저귀를 내미는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경제학 교수의 아이들다운 생각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유쾌한 생각이 들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경제학 교수답게 예리한 관찰과 분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기에 경제학이라는 분야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육아라는 분야에 촛점을 맞추어야한다. 저자는 어떻게하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수 있는가에 촛점을 맞춘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수 있는 경제학이론을 가지고 그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려 한 것이지 경제학을 논하기위해 육아라는 분야를 도구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주와 부를 혼동한다면 책의 재미가 반감된다. 육아에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한 경제학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읽어보라 절로 웃음이 나올것이다. 그리고 그가 한 여러 생각중에 어떤것은 당신의 머리에 좋은 촉매가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오슨 스콧 카드의 글을 인용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뭔가에서 최고가 되라고 요구하거나 그들이 어떤일에서 최선을 다했는지를 추측하려 해야 하는가? 게다가 애당초 그것이 왜 부모인 우리의 일인가?"

자립적인 성인이 되는것, 그것이 저자의 아이들에 대한 비젼 선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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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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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손에 들고 그 두꺼운 두께에 질렸다. 소설은 조금 두꺼워도 읽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은 최근 들어서 손에 든 책 중 가장 두꺼웠다. 시리즈물이 아닌 단권의 책으로 이만한 양의 책을 읽어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두꺼운 책을 잘 읽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소설을 그다지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좋은 소설은 사람의 마음을 전염시키는 무엇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읽은 다음 한동안 열병처럼 계속 꿈속에 나오는 무엇이 있다. 적절한 균형은 지금 내겐 꿈꾸게 하는 주제가 되었다. 이 책에는 지금껏 읽었던 다른 많은 소설들과 구별되는 무엇이 있다. 이 소설은 왠지 소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고, 억지로 희생과 소망과 인내와 존엄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책의 제목에서 보이듯, 그 모든 것은 [균형]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대신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모든 것은 적절한 균형일까? 그것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책은 우리에게 답을 제시하는 대신 아주 담담하게, 마치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이 그 자리를 사진을 찍어 보이듯 그렇게 독자에게 제시한다. 우리는 거기서 낭만적이 아닌, 마술적이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대면하게 된다.

디 나는 친오빠에게 성적인 굴욕감을 당할 때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디나는 균형을 찾는다. 결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을 선택 당하게 되고 그것을 울면서 따른다. 거기엔 옳기에 긍정하는 어떤 이유가 없다. 단지 그것은 주어진 것을 따라야만 한다는 지금까지 내려져왔던 바로 인도의 정신이었다.

“우리들 모두는 같은 신의 자녀들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불가촉천민이 될 수 없습니다. 한 방울의 비소가 우유에 독이 되듯이 불가촉천민이라는 말이 힌두교를 타락시킨다는 간디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군 중은 간디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아시라프와 둑히는 사람들이 그 말을 따르리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간디의 연설은 그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자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예쁜 포장지에 불과했다. 간디 역시도 카스트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결코 배반할 수 없었던 ‘균형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간디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975년에서 1977년까지의 시간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학생 운동가의 의문의 죽음, 지참금 문제로 자살하는 소녀들, 카스트에 항거하는 불가촉천민들, 구걸시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장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그 밖의 너무나 많으면서도 눈을 돌릴 수 없는 현실이 우리의 눈을 끌게 한다.

인도라는 나라는 서양인들에게 명상과 신비라는 독특한 끌림을 가지게 하는 나라다. 그래서 그 땅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은 지나칠 정도로 희화된다. 포장된다. 그래서 미화된다. 거기에 현실이 빠져버린다. 동양의 신비로운 향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리듬의 음악과 묘한 분위기에 춤 속에서 인도의 오늘이라는 시간은 사라져버렸다. 거기서 사는 사람은 아침에 이슬만 먹고도 수 천 년을 살 수 있는 선인처럼 여겨져 왔다. 이것이 인도를 동경하기를 인도를 바로 볼 수 없는 이들의 시각이다.

또한 인도에 속해있기에 인도를 바로 볼 수 없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인도 안에 있기에 그것을 볼 수 없다. 카스트를, 힌두교를, 불가촉천민을, 테러와 그들이 미워하는 대상을 그들은 바로 보지 못한다.

로 힌턴 미스트리는 디아스포라이기에 인도라는 땅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아니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가 본 인도, 그가 본 그 땅의 현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을 일부러 아프게, 혹은 감동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한번더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아프다.

마지막으로,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과 병행하여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이 모든 것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무도 원치 않은 폭력과 살인과 불평등과 박해와 살인과 부패의 근원은 어디일까? 선거에 참여하려 했다는 이유로 불에 타 죽는 불가촉천민들의 가족에게 책임 있는 자는 누구인가? 불길을 부추기는 건조한 바람을 자비로 받아들일 정도의 상황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 자리에서의 균형은 그럴 수 있다. 말을 안 듣는 동생의 옷을 벗기고, 찬 물을 쏟아부으며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처벌이 거기, 그곳에서는 적절한 균형을 지닌 처벌이었다. 카스트라는 계급제도로 질서 잡힌 사회에서 불가촉천민이 선거를 통해 권리를 주장하려는 것을 막고, 죽이고, 결코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거기, 그곳에서는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한 밤중에 몰래 과일을 따러 간 곳에서 과일을 따는 대가를 몸으로 지불하는 것이 거기, 그곳에서의 균형이었다. 모든 것은 적절했고, 모든 것은 균형잡혔는데 왜 인도의 모습은 나아보이지 않을까? 책의 표지의 사진처럼 왜 이 모든 것은 긴 장대 끝에 올라있는 한 어린 아이의 위태로운 모습처럼 보일까? 이 균형은 과연 온전한 균형일까?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그런 균형의 끝이 아니었을까?

이 균형을 자랑하고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차라리 무너뜨리고 다시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옳은가? 너무 많은 것이 걸려있기에 우리는 겁이 나서 유지하기 위해 겁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T.S. 엘리엇은 “우리는 너무 많은 진실을 견디어 낼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늘도 지금, 여기서만 무너지지 않기를 소망하며 그 장대위의 소녀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서커스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평] 적절한 균형, 사실을 사실로 보여주는 리얼리즘의 로힌턴 미스트리
http://jeliclelim.tistory.com/366
JelicleLim(2009.12.9.)

P.S.1. 많은 서평에서 Fine Balance 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혹은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책을 발로(?) 읽은 사람들이다. 적절한 균형이란 말은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표현으로 쓰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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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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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107에서 108페이지에 있는 내용이다.

내 게는 여섯 살 난 아들이 있다. 이름은 진규다. 아들은 나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벌 충분한 능력이 있다. 나는 아들의 의식주 비용과 교육 및 의료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내 아들 또래의 아이들 수백만 명은 벌써부터 일을 하고 있다. 18세기에 살았던 다니엘 디포는 아이들은 네 살 때부터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뿐인가. 일을 하면 진규의 인성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는 지금 온실 속에서 살고 있기에 돈이 중요한 줄 모르고 지낸다. 아이는 자기 엄마와 내가 저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한가로운 생활을 보조하고 자신을 가혹한 현실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에 대해 전혀 고마움을 모른다. 아이는 과잉보호를 받고 있으니 좀 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아이에게 더 많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아동 노동이 합법적이거나 최소한 묵인이라도 되는 나라로 이주를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내 귀에는 여러분이 나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이 짧다고, 매몰찬 사람이라고. 여러분은 나에게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여섯 살 먹은 아이를 노동 시장으로 몰아넣는다면 아이는 약삭빠른 구두닦이 소년이 될 수도 있고, 돈 잘 버는 행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수술 전문의나 핵물리학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일 아이가 그런 직업을 가지려면, 내가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보호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이 단순히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절약되는 돈을 보고 히죽거리는 것보다는 아들의 교육에 투자를 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쨌든 내 생각이 옳다면, 올리버 트위스트는 생각이 짧은 착한 사마리아인 브라운로우 씨의 손에 구조되는 것보다는, 늙은 악당 페긴을 위해서 소매치기를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브라운로우 씨는 소년 올리버에게서 노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나의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개발도상국에는 급속하고 대대적인 무역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근본적으로 논지가 일치한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가능한 한 경쟁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호는 안이함과 나태함만 유발할 뿐이므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 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 나 동기 부여 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이다. 진규가 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다면 설령 2,000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보수를 주겠다는 제의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 있다 해도, 어려운 뇌수술을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의 산업 역시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선진 기술을 익히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등의 능력을 키워 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앞 장에서 미국의 초대 재무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처음으로 이론화하고, 그 이전과 이후의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사용해 온 것이라고 소개한 유치산업 이론의 핵심이다. (pp.107~108)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생생하고, 풍부하며, 명료하다. 이 무시무시한 책은 ‘현실로서의 경제학’으로 명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장하준은 흔히 통용되는 ‘경제 발전의 원리’라는 것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전개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황당한 교리인지를 폭로한다. (…) 또한 오늘날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 노엄 촘스키


노엄 촘스키의 추천평에서 보여주듯 이 책은 지금까지 경쟁만이 살 길이라며 등을 떠밀던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반기를 든다. 그것도 투정하듯이 발을 동동구르며 목하겠다고 생떼를 쓰는 대신에 왜 그렇게해서는 안되는지를 하나 하나 가르친다.

사실 경제에 관해서 그다지 큰 관심이 없기에 이 책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놈의 제목에 나온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것이 자꾸 눈에 들어와 끝내는 이 책을 사서 손에 들게 되었다.

나 쁜 사마리아인들, 마치 샤일록이 연상된다. 신자유주의는 무한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들어간다. 이것이 저개발국가에 대해서 얼마나 공평하지 못한 게임인지 알거나 혹은 모르거나 많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들과 "공평"한 게임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결 국 지금의 서구사회가 만들어지기까지 있었던 많은 허용점들은 더 이상 저개발국가들에게는 허용되지 않게된다. 하루 세끼 식사를 스테이크로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공원을 뛰는 이들과 하루에 손바닥보다 못한 작고 얇은 떡한조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게 같은 출발선상에서 "땅"하는 출발신호에 맞춰 같이 출발하는 것이 "정당"한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장하준은 이러한 논리가 자신의 6살짜리 아들에게 학교를 포기하고 자유경쟁에 빨리 노출되어 그 나이에 습득할 수 있는 기교를 익히도록 강요하는 것임을 웃음으로 말한다. 신자유주의는 그것을 주장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선'이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악'일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지적한다.

책의 리뷰조차 보지 못한채 이 책을 읽어갔다. 다 읽은 뒤에 한편으로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한번 더 자세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남는다. FTA를 한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서게 될 '선'한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이 사회속에 이 책은 또 다른 사고의 유연성을 충분히 줄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2장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6장 1997년에 만난 윈도 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7장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8장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그 억지와 위선의 가면을 벗기다 [서평:나쁜 사마리아인들]
http://jeliclelim.tistory.com/158
JelicleLim(200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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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이펙트 -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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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 대한 아주 단순한 정의를 내려본다. 그것은 "알면서도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보통 악에 대해서 굳이 왜 그것이 나쁜지를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은 그것이 악 혹은 잘못임을 안다. 반대로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그것이 악하지 않다고 계속적으로 주장을하기도 한다.

쿠피디타스(cupiditas), 보통 탐욕이라고 불려지는 죄다.
이 제는 더 이상 죄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 자신의 마음안에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죄라고는 더 이상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한, 그것은 누구에게도 침범되어서는 안될 일종의 권리요, 인권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사상검열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과거 그러한 이상한 이중적 잣대를 통해 얼마나 이 땅에 아픔과 피흘림이 있었는지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에 담긴 것을 처벌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오히려 쿠피디타스(cupiditas)의 죄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음을을 의미한다.

다만 전적으로 파괴적인 욕망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그것을 하나의 권리요, 당연히 추구해야 할, 그리고 누구도 감히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해서는 안될 천부인권정도로 여기며 여기에 대해서 원죄니 뭐니 하는 소리를 헛소리로 치부한다면 그는 영원히 죄로 말미암아 얼룩진 세상에 대해서 변명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들어진 신에서 리차드 도킨슨은 모든 죄와 인류의 악의 근원으로 종교를 지적한다. 과연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엄청난 악들이 분명히 있어왔다. 지금도 한 구석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오히려 필립 진바르도의 루시퍼이펙트에서는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종교의 탓으로 치부하려는 이의 마음속에 담겨진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루시퍼는 신을 뛰어 넘으려 한다. 그는 자신에게 있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만족을 누리고자 한다. 밀턴의 실낙원에서 신에 대항하는 자 사탄은 "천국에서 복종하고 사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것이 낫다"고 큰소리친다. 단테는 이 죄를 "늑대의 죄(sin of the wolf)"라고 말했으며 중세의 여러 사상가들은 탐욕이라고 불리는 쿠피디타스(cupiditas)를 인간의 가장 내면적이며서도 가장 치명적인 죄로 지적한다. 7 Deadly Sins, 이미 한국에서는 그 일곱가지가 뭔지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 이름은 기억하더라도 그 7가지 요소를 상기하기 위해서는 다시 보조 자료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는 악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동시에 악에 매력을 느낀다. 사람들은 사악한 음모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그 신화를 진짜로 믿어버린나머지 악에 대항하고자 무력을 결집하기에 이른다. 타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다르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여 거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성적 방탕이나 비도덕적 행동에 대해 생각하면서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1 . [루시퍼 이펙트, p.25]

이 쿠피디타스(cupiditas)의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인간은 없다. 환경적으로 그러한 죄를 지을 가능성이 적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때로는 자만함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을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스탠포드 교도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죄의 시스템을 구축해 버렸다. 그 시스템은 근접하는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영향력은 "권위"라는 이름의 힘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 힘에 노예가 되고 만다. 간수 역할을 맡은 이나, 죄수 역할을 맡은 이나 모두 그 힘에 사로잡힌 너무나도 불쌍하고 가련한 존재가 되고 만다.

시스템의 악은 너무나 강력하면서도 너무나 치밀하여 실험을 주관했던 필립 짐바르도마저 자신이 그 악에 노출되어 전염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과연 이런 치명적인 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책의 16장에서 악한 상황에 맞서는 10단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 제 잘못입니다

  2. 각별히 유의하겠습니다

  3. 제 책임입니다

  4. 나에게는 나만의 정체성이 있다

  5. 정당한 권위에는 복종을 부당한 권위에는 반항을

  6. 집단에 속하길 원하되 나의 독립성을 소중하게 여긴다

  7. 틀에 대해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8. 균형적인 시간관을 갖는다

  9. 안보라는 환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지 않는다

  10. 나는 부당한 시스템에 반대할 수 있다


물론 이 10단계 프로그램은 책에서도 언급하듯 개인의 저항과 공동체의 탄력을 키우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노력은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러한 시스템의 악에 저항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악을 행사하는 이나, 악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이나 모두 그것이 정당하다고 스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악의 존재와 그것의 무서움을 지적하는 이 책은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다시 그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의 현상이 현실화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들이 나쁜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환경과 시스템이 그들을 그렇게 끌고 가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의 무서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라, 모두가 그것을 정당하다고 여길 정도가 되어 버렸다.

현실에 존재하는 악의 실체에 조금 더 근접한 책, 무척 유용한 책이지만 이 책 자체로는 악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나 희망을 품기는 어려운 책이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장 | 악의 심리학
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 무엇이 선을 악으로 내모는가?

2장 | 실험의 시작
대낮의 몰래카메라 / 충돌이 시작되다 / 돌발상황 / 자원자 모집 / 첫 번째 체포 / 혐의는 주거침입죄 / 체포 완료

3장 | 일요일: 굴욕적 의식이 시작되다
교도소의 규칙 / 폭동의 징후 / 교도관 오리엔테이션

4장 | 월요일: 폭동 발생
반란 / 동요하는 수감자들 / 고통스러운 야간 점호

5장 | 화요일: 면회와 습격 위협
새로운 규칙 / 교도소의 안전 확보 / 방문자를 맞이하기 위한 연극 / 침입에 대비하다

6장 | 수요일: 통제불능 상태
신부님의 방문 / 두 번째 가석방 / 새로 온 수감자를 환영합니다! / 견디기 힘든 밤 / 병장,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내다 / 소시지가 가져온 불행 / 더러운 담요 흥정

7장 | 가석방의 힘
첫 번째 가석방위원회 / 첫 번째 가석방 심리가 보여준 것 / 목요일의 가석방위원회

8장 | 목요일: 폭력사태와 성적 학대
폭력 사건이 발생하다 / 당신은 이들에게 끔찍한 짓을 하고 있어요! / 너는 수컷 낙타다. 암컷 위에 올라타라

9장 | 금요일: 모든 것이 끝나다
마지막 점호 / 변호사의 방문 / ‘실험’은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 시스템의 힘 / 모두 한 자리에 / 수감자 혹은 교도관이 된다는 것의 의미 / 6일 동안의 성격 변환

10장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남긴 것
실험에 대한 개요 /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의 의미 / 왜 상황이 중요한가? / 사회적 현실의 재구성 / SPE, 유명세를 타다 / SPE의 시대배경 / 왜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가?

11장 |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의 가치
인간의 능력은 어떻게 오용되는가 / SPE에 대한 윤리적 고민 / 개입의 윤리 / 절대적 윤리 / 상대적 윤리 / 실험의 재현과 확장 / 작은 실험이 전설로 남기까지

12장 | 권위, 동조, 복종에 관한 다양한 연구
상황의 힘에 관한 연구 / 밀그램의 연구: 권위에 대한 맹종 / 나치 만들기 / 악의 평범성 / 권위에 굴복한 존스타운

13장 | 탈개인화, 비인간화, 행동하지 않는 악에 대한 연구
탈개인화: 익명성과 파괴성 / 비인간화와 도덕적 해이 / 행동하지 않는 악 / 상황과 시스템 /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로 떠나기 전에

14장 | 부활한 SPE: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학대 행위가 알려지기까지 /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 사건의 중심 인물, 칩 프레더릭 / 1A동에서 일어난 악몽 / 전리품 사진 / 재판에 회부된 프레더릭 하사 / 교도관에서 수감자로 / 이 장을 마치면서

15장 | 시스템을 재판정에 세우다
보고서에 나타난 시스템 결함 /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 / 도처에서 자행된 고문 / 딕 체니와 조지 부시의 책임을 묻다 / 평결의 시간 / 어둠을 밝혀줄 빛

16장 | ‘루시퍼 이펙트’ 벗어나기
원치 않는 영향력에 저항하기 / 상황을 넘어 영웅으로 / 비범한 영웅과 평범한 영웅 / 영웅적 행위가 의미하는 것


나는 결코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접근하는 악의 치밀함 [서평/루시퍼이펙트]
http://jeliclelim.tistory.com/157
JelicleLim(200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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