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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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조라는 생소한 작가의 책으로, 모성과 광기에 대한 솔직하고 눈부신 기록이라는 간단한 문구외에는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여성주의 문학의 대흐름에 속한 한 성찰하는 에세이 혹은 비판적 시각으로 이끌어가는 여성학 교양서 쯤으로 예상하고 가제본을 받아 보았다.


나의 어줍잖은 예상은 전혀 틀렸다.


生이라는 무게와 밀도를 처절하게 버텨내고 극복해내는 기록 예술 그 자체였다.

여성으로 겪어내는 보편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그녀의 삶 자체가 어찌보면 여성학이고,

그녀가 겪은 분리와 질병이 현대인이라면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겪을 수 있을 법한 현상이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아가는 나와 같은 독자라면,

그 모든 것을 겪어 내고서도 살아내는 그녀의 현재진행형의 삶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고맙고 감동적인 生.


*이 글은 창비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쓴 리뷰입니다.

정신병의 의학적 정의는 이렇다. 무엇이 현실이고 현실이 아닌지를 분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의 정신적 질병. 객관적 현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P12

그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거북하게 만드는지 과연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 - P46

어머니의 아름다움은 생기 넘치고 촉촉했으며 살아 숨 쉬었다. 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 P50

연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우리 눈에는 구름 너머까지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날처럼 연이 멋지게 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나는 테디에게 연이 분명 하늘에 상처를 낼 거라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달이 떴다. 하지만 우리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깜박 잠이 들면 동생은 내가 깨기를 기다리는 동안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계속 하늘을 응시했다. 내가 한 말 때문이었다. - P53

이것이 내가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이유였다.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고, 경계가 없으며, 갇혀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때때로, 특히 여름에, 창문을 통해 바람이 불어오고 태양이 은빛 빌딩들 사이에 자리를 잡으면 걷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다. 나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바람을 거스르며 울부짖었다. - P63

이것이 내가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이유였다.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고, 경계가 없으며, 갇혀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때때로, 특히 여름에, 창문을 통해 바람이 불어오고 태양이 은빛 빌딩들 사이에 자리를 잡으면 걷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다. 나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바람을 거스르며 울부짖었다. - P121

숨이 막히는 느낌에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쳤다. 제임스는 이런 나를 참아주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우리가 함께 있음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기시켜주었다. 내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 P131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제임스를, 확실한 무언가를 붙들려고 노력한다. 제임스만큼 확실한 존재는 없다.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다. 튼튼한 토대처럼 안전한 느낌이다. 그의 품에 안겨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 P148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제임스를, 확실한 무언가를 붙들려고 노력한다. 제임스만큼 확실한 존재는 없다.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다. 튼튼한 토대처럼 안전한 느낌이다. 그의 품에 안겨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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