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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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어디에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라도,

아름다웠던 젊은 날을 회상케 할 선물같은 소설.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으로 마음이 출렁거렸기에 구경꾼들과 퍼레이드 참가자들 사이를 가르고 있는 간이 펜스를 넘어가 처음부터 더 셜리 클럽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함께 걷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기에 겨우 참을 수 있었다. - P27

사실 난 이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것 같아, 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아무 준비도 필요 없으니까. 생각은 사랑에 빠진 다음에 해도 충분하니까. - P31

근데 세탁기 돌릴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는 거 있죠. 얘는 나보다 훨씬 무거울 테고 스스로 입국 수속도 할 줄 모를 테니까 엄청 힘들게 여기까지 왔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왔구나. 여기에 있구나. 열심히 하고 있구나. - P40

아, 서양 철학사를 너무 공부하고 싶다, 가 아니라 ‘서양 철학사를 공부하고 싶은 나’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에 가까웠으니까. 그 둘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비슷한 마음이 아니거든요. - P44

나는 언제나 내 잘못을 더 크게 느끼곤 했다. - P77

S와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품위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컸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씻고 싶었다. 곧 떠나야 할 마당에 집, 이라고 부르자니 약간은 서먹한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집은 집이니까. - P127

네가 찾고 있는 사람도 혼혈이라고 했지.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
건강해야 한다. - P199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의 지나간 선의가 나를 울리는 것은, 그것이 상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무능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극미량의 사랑으로도 깨달을 수 있다. 매번 그렇게 된다. - P219

여행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말이 좋아 여행이지 실은 떠돌이 개처럼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던 고독의 나날이었다. 언제쯤이면 확실한 내 자리를 찾게 될까? 그날이 오면 정말 꿈꾸던 내가 될 수 있을까?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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