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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실연'이라는
단어는 겉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속으로 감추고
삭히기 바쁜 것
같은데 여기 소설은
실연당한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는
이야기일까?
"헤어졌다고 말하고 헤어지지
못하는 우리"
실연당하고 불면에 시달리고 이별의 잔재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일곱시 조찬모임에 나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나눠먹고,
실연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며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별한 애인이 남긴 기념품을 교환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별상황이지만
박영옥 작가의 소설 속이니까 빠져들어가본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각도가 조금 기울어진 낡은 나무 벤치, 어디에서 죽었는지 모를 길가의 새, 알약을 삼키고
있는 사람들, 정량보다 조금 많은 수면제를 파는 약국의 위치나 이름 같은 것들...”
이별이 평소보다 밝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소설 속의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낮은 부분의 것이
보이는 것 같아 불안한 느낌, 아주 특이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라는
레스토랑이 그들에게는 꼭 필요해 보인다.
흐트러진
이불과
베개
사이에
기대
첫
담배
연기를
폐
속
깊숙이
흡입
하는
시간,
밤사이
흘려놓은
사랑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분주해지는
시간들,
새벽의 시간,
사랑을
지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얼핏
들었던
생각
'불륜'은
역시나
였나보다.
레스토랑에서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드는 여자를
바라보며 부엌을 공유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지
못한다는 것, 그 것을 불륜의 한계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은 어떤 모습에도
이별의 원인이 되거나 아픔으로 와닿는다.
그런 상황은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조찬모임> 연애소설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결국 레스토랑에서 이별한
사람들이 반복적인 만남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 작품의 묘미는 백영옥 작가 특유의 따뜻한
문체와 소설 속 위로를 하는 이야기를 읽는부분이 아닐까?
<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 >
. 따뜻한 식전주
. 햇볕에 말린 홍합과 신선한 들기름에 볶은 한우를 넣어 끓인 미역국
. 내일의 달걀찜
. 아침 허브와 레몬을 곁들인 연어구이
. 봄날의 더덕구이
. 미니 꽃밥
. 완두콩과 밤을 넣은 돌솥밥
. 달콤한 디저트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한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메뉴들이다.
이별과 함께 잃어버린 수면시간과 식욕을
되찾기 위해 아침이 되었지만 밤처럼
닫혀진 이들의 눈을 깨우기 위한 레시피
이별은 한가지 형태로만 오지 않는다.
헤어지자고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랑
사랑으로 시작해 무미건조한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
“실연은 오래된 미래다”
레스토랑에
모인
사람들은
실연으로
모든
시간과
가능성을
과거로
슬픔으로
고독으로
회귀했다.
오래된
미래라는
것은
실연으로
뒤덮인
미래
역시
과거와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미
오래된 미래로 만들지 않기 위해 함께 영화를 보고
연애를 하며 주고 받았던 흔적을 기념품처럼 교환한다.
다른 사람의 상처가 나에게 오고, 나의 상처가 누군가에게
전달되며 날카로웠던 상처가 점점 무뎌지는 치유
결국 실연당한 사람도 실연을 선고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은 시간과 사람, 그리고 '나' 일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흐릿해져 '우리'가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나'라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거나 '우리'라는 존재를 버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약자가 되어 이별을 말할 수
밖에 없던 사강, 사랑이 무미건조한 일상이 되어
빛바랜 추억으로 이별하게 된 지훈, 사내연애의
대가로 퇴사의 경험을 하게 된 미도의 프로젝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그리고 프로젝트의 대표이사이자 영화감독인 남자
300페이지가 넘는 소설 중 120페이지의
이야기만 끄적이는 건 실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픈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들만의 방법이고
자신의 이별을 타인을 위한 프로젝트로 만드는것
조차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시선으로만 보고싶고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백영옥 작가의 이야기는 묘하게 공감을 만든다.
소설 속 흐름은 실연을 넘어 무언가를 담고 있고
누군가를 속인 행위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음에도
미도의 생각이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기분
“도망가지 않겠다고, 나보다 나약한 존재를 책임지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고 만다. 준비 하지 않은 채 맞이하는
첫 번째 생리처럼 낯선 통증을 느끼면서.”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모임> 속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쉼 없이 흘러간다.
이별을 했지만 삶과 헤어진 것이 아니기에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평소와 똑같은 자리에 있기를 원한다.
인간이
가진
외로움
때문에
실연이
더욱
짙고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감이
싫어
사랑을
했는데
다시
외로움을
느낀다
느끼고 싶은
감정은
아니긴
하다.
실연당한 사람들이
아침이
밝아
오기
전에
안개로
가려진
조금
이른
시간,
사람을
만나
천천히
이겨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사람이
있어야
좀
더
많은
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