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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 ㅣ 그림책 마을 27
스테퍼니 그레긴 지음, 김세실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와 책을 읽어주다 보면 글을 읽어주는 엄마는 글씨를 다 읽어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림을 보며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지요. 엄마는 글씨를 보지만 아이는 그림을 보며 책의 이야기를 파악하죠. 좋아하는 책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아이들은 글씨가 아닌 그림을 보며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 가며 책을 되짚어 보기도 한답니다.
스콜라출판사에서 나온 "여우가 내인형을 훔쳤어" 이 책은 아이들의 독서 습관 형태를 잘 반영한 책입니다. 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씨도 나오지 않아요. 글씨를 읽는 엄마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지만 책을 보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책입니다.
글씨를 보며 책을 읽어주던 저는 이 책을 보고 어떻게 책을 읽어주라는 거지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오랫동안 아동심리치료사 일을 한 김세실 선생님의 해설이 첨부되어있어.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엄마들 가이드가 쓰여있어 다행이죠.

먼저 9살 된 아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어요. 좋아하는 물건들을 동생에게 뺏기고 양보만 해야 하는 오빠의 마음을 담아 같이 보았답니다.
9살이기에 만화 형식으로 되어있는 그림을 주인공이 여우 인형을 안고 잠자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가는 모든 그림 하나하나 다 말을 붙여가며 책을 보았어요.
4살 된 아이에게는 집중력이 짧기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을 골라서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 책을 보여주었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아이 연령에 맞게 책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어요.

흑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주인공 여자아이가 여우 인형을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하면서 책을 볼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항상 여우 인형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희 아이들에게도 아들은 동생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물건이 있었고, 4 살 딸에게도 아주 소중히 아끼는 물건이 있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현실의 흑색에서 환상의 존재로 등장하는 여우가 칼라로 나오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답니다.

어렵게 여우 인형이 있는 집을 찾아가지만 여우가 여우 인형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며 이 소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어보았어요.
본인이 소중히 안 끼는 여우 인형을 결국 여우에게 주면서 여우는 유니콘 인형을 가져오게 됩니다.

본인이 추억이 있는 물건을 양보하며 이별하는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책
읽을 때마다 새로운 재미와 감동이 있는 책
"여우가 내인형을 훔쳤어."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