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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바람은 어디서 오는가.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 책을 접했던 것은 7년 전쯤, 만화가 처음이었다.
만화가 원작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책을 안게 되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절판이 되어서 새 책을 구할 수 없게 된지 오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고나 할까?
책은 총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여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소설이다.
[처음 읽어 보았던 미우라 시온의 책은 어두침침했는데... ㅎㅎ]
책을 읽은 것에 탄력 받아 만화책과 영화까지 모두 석권!
그래도 모니모니해도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가 갑!
꼭 책으로 보기를 강력추천, 지금은 절판됐으니 중고로 밖에 만날 수 없다.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두 권을 단숨에 읽었다.
잠도 자지 않고 새벽 4시까지 책만 읽었다.
책이 끝날 것 같지 않게 이야기는 이어졌고 여운 또한 길었다.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한창 심리적으로 강하게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로한 상태에도 지치지 않고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마음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더욱 집어 삼키듯 읽어 내려간 것 같다.
책을 읽고 오랫동안 생각이 이어져 잠을 들 수가 없었고
다음날에도 잠이 부족해 두통은 이어졌지만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나에게 열정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니 달리기를 마땅히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
어쩌다보니 쓰러져가는 건물에 모이게 된 열 명의 청춘들이
함께 하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파릇파릇한 열 명의 청춘, 열 가지 이야기.
부상으로 인해 선수를 포기한 기요세
오직 달리기만을 할 줄 아는 가케루
이 두 사람을 주축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처음에는 이 두 사람의 강력한 바람에 따라 달리기 시작하지만
결국 모두에게 각자만의 달리는 이유가 생긴다.
이들의 달리기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하코네 역전경주에 나가서 10등 안에 드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해에 또 출전할 수 있다.]
나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신년에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이어달리기 경주가 열린다고 한다.
이 역사 깊은 역전경주에 온 국민들은 열광하고 우승학교는 영광을 얻게 된다.
그만큼 경주에 나가는 조건도 쉽지 않다. 치열한 예선을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 | 상쾌했다. 바람을 가르고 땅을 밟았다. | |
| ‘이 순간만은 바람도, 땅도 내 거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 한 나만이 체감할 수 있는 세계다.’ 심장이 뜨거웠다. 손가락 끝까지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겁다, 이런 게 아니다. 아직 한참 멀었다. 몸에 더 변화를 주어라. 고통을 느끼지 않고 초원을 달리는 자늑자늑한 짐승처럼. 암흑을 밝히는 은색 빛처럼. | |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예선대회 p 343 | |
그야말로 청춘 성장 소설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성장 소설은 많지만
오랜만에 특별한 성장 소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기와세만의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곧 한 목표를 향해 (말 그대로) 달려가는
열 명의 청춘들은 경기를 준비하며 성장해 간다.
| | '처음 만났던 그날 밤부터 난 알고 있었다. 넌 내가 줄곧 기다려왔고 원했던 사람이라는 걸.' | |
| 기요세가 도달하고 싶었던 달리기의 이상을 가케루가 실현해 보였다. 기요세가 원했고 몸부림쳤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끝나려고 하는 것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가케루가 보여주었다. 이만큼 아름다운 생명체를 기요세는 알지 못했다.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 같다. 네 달리기는 차가운 은색 물살이다. 아아, 빛나고 있다. 네가 달린 궤적이 하얗게 빛을 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 |
|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2 / 유성 p 310 | |
달리기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앞으로만 나가는 시간.
오로지 내가 몫을 다 해야만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 줄 수 있고
달리기가 계속 될 수 있고, 도전이 계속 될 수 있다.
달리기 위해 선수들을 모으고 선수로 단련시키고 경기에 나가고.
그 모든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들어 있다.
그 순간순간에 모든 이야기들이
어떤 때는 내 청소년기가 생각 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공감도 되고 눈물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이 더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나에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으면 좋겠다고.
내 인생도 다시 꾸려나갈 수 있을지.
내가 정말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했다.
그렇게 그들의 달리기는 끝났지만
나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다.
| "가케루, 달리는 걸 좋아하냐?" | |
| 4년 전의 봄날 밤, 기요세는 가케루에게 그렇게 물었다. 살아가는 것 그 자체를 묻는 듯한 지극히 순수한 얼굴로. “난 알고 싶다. 달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저도 그래요, 하이지 선배. 저도 알고 싶어요. 계속 달려왔지만 아직 모르겠어요. 이제는 달리는 것 자체가 물음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예요.’ ‘나는 알고 싶다. 그러니 가보자. 어디까지라도 달려가자.’ 확신의 빛은 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암흑 속에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길이 또렷하게 보였다. | |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2 / 에필로그 p 36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