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라고 버스 안에서 보신각종의 소리를 들은 것도 벌써 20일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이제는 나도 한참 꺾인 20대. 그런 수식어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그냥 다 큰 아이. ㅎㅎ


아, 고통의 날이 계속 되던 2009년 말 부터 나는- 수 많은 시간을 기어서 넘어왔다.
한 동안은 슬픔을 토로하고, 한 동안은 아픔을 토로하고, 
그리고 한 동안은 죽음을 토로하던 시간을 딛고, 
부단히 부단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시간을 뚫고 왔다.


그런 내가 작년 부터 가슴에 깊게 새겨 넣은 건 ’건강함’ 이다.
튼튼하게 해달라고, 

몸과 마음이 튼튼해서 흔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되기를 매일 다짐해왔다.


그 때 내가 자주 외우던, 지금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되뇌이는 시가 바로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 이다.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로 시작되는 그 시 한편을 읊고 있다보면, 내가 덧 없이 했던 행동들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그 동안은 시집을 찾아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요즘 점점 시에 매료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잠깐 서점에 갔을 때 시집을 찾아 본 적이 있었는데, 시간에 쫓겨 정호승의 시는 열어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마치 시집을 읽는 다고하면- 무언가 소설이나 에세이, 계발서와는 다르다고 생각들 하고-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같이 빠르게 빠르게,
조금만 뒤처져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세상에서 ’시’는 내가 보기에 양반이다. ㅎㅎ
언제부턴가 자꾸 ㅇㅏ날로그 적여지는 나와 가장 비슷한 호흡을 하는 것이 바로 ’시’ 이다.
’시’는 시간을 멈추게 하고, 여유를 가져다 주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며- 표현하고 살게 해준다.



불과 며칠 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류 작가 박완서님이 작고하셨다.



나와 故박완서님의 추억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내가 박완서님을 직접 만나 보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ㅎㅎㅎ 그랬다면 더 없는 영광이었겠지..
매일 서점에서 놀던 나에게- 책을 한 권 고르라고 권하셨을 때, 나는 주저 않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더 먹었을까’를 품에 안았다.
은사 최성현 선생님과의 마지막 추억,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던 책 한 권.
지금도 내 책장에는 ’그많던싱아는...’ 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나를 찾아오는 많은 작가들은 가난한 이들이 많다며 부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는, 
마지막까지 문인을 사랑한 분이셨다.
아름다고 귀한 것은 짧게 살아- 그 귀함을 더 가치 있게 하는 모양이다.

많은 이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찾기 시작했다는데, 나는 그 중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셨던 ’못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골랐다.
몇 달 전에 책이 나왔을 때도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다.
故박완서 작가님의 눈을 통해 보는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사료된다.
아름답게 살다가신 작가님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며, 
나보다 먼저 살다가신 인생 선배의 따뜻한 차 한잔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읽고 싶다.



영화 ’모던보이’를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알거라고 생각한다.
’모던보이’ 라는 이름으로 책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나는 오리지날을 탐닉하고 싶었다.



젊은 작가 이지형의 비범한 이 작품은 경성의 모습을 복잡 미묘하게 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본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인데,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놓으면 늘 문학이 우위에 있기에.
주저 없이 이 책을 읽고 싶다.
나는, 독립운동, 학생운동, 이런 시대극을 찾아 읽는 습관(?),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영화에서 보았던 여성 운동가의 배포와 대범함, 치밀함.
그리고 한 여성으로써 살기를 바랐던 선택의 기로. 
순간을 결정으로 자신을 내 달리는 여성.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더욱 기대된다.



예전에 대여점에서 일을 했을 때, 잠깐 이 만화책을 본 적이 있다.
바로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다.


달리기라는 단순할 것 같은 주제로.
열정과 꿈, 단결, 의리, 우정, 청춘을 이야기 하는 아주 흥미로운 만화였다.
그 만화가 계속 나오고는 있지만, 나는 표지에 미우라 시온이라는 이름에.... 당장 검색을 시작했고, 책을 찾아 내었다.
몇 년 전에 ’미우라 시온’의 ’검은빛’을 보고- 작가를 눈여겨 보았던 탓에 금방 알 수 있었다. ㅎㅎ

어쩌면, 열정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테다.
나역시 물론 그랬었으니깐, 
무언가를 향해서만 달려가고 싶은 게 없는 것. 바로 꿈이 없을 때.
정말 건조한 삶을, 결국은 속 알맹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꺼져있던 열정에 불을 당겨주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두 권으로 지필 되어 있는 책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만화도 무척 재밌었으니, 만화를 추천하고도 싶다.  ㅎㅎ



올해는 무엇보다- 
잊고 지냈던 책의 재미를 한 층 더 느끼고 싶다. 
잊고 살던 것들을 끌어다 다시 내 앞에 세워두고 싶다.


’외로우니깐 사람이다’ 에서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에서는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 산과 바람, 강과 햇살 을..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에서는 희생한 사람들의 이름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에서는 잊고 있던 열정을...



끌어다 내 앞에 세워두고 싶다.


2011년, 한 해가 또 다시 가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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