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운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12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첫인상은 아주 귀엽다.
러시아 여자작가임을 살짝 힌트로 주고 있는 표지에 반해 내용은 진지했다.
너무 진지해서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문단은 나눠어지고, 짧게 이어져가고 있어 읽기에 어렵지 않다.
여류작가 '플뢰르 이애기' 의 감성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이야기들 속에 주인공은 소녀들이다.
그녀의 글을 읽기 시작하기에 나는 그녀가 그리고 있는 소녀를 만들어 냈다.
그녀의 어린시절의 경험과 맞물리면서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나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지만, 소녀이고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만이 간직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치부와 같은 이야기를 그녀는 공유하고 있다.
여자아이들만이 생활하던 안전하고 격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
누구와도 공감대를 이룰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
그녀들은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게 된다.
홀로 성숙된다는 것은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일이다.
그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구와도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외롭게 성장한 그녀들의 유년은 남과는 다르다.
그녀의 문체는 섬세하면서도 차갑다.
그녀들의 모습과 생각, 감성을 일일이 따라가고 있는데 지독하게 냉철하다.
당시에는 너무나 잔인하게 다가왔지만,
그렇게 그녀들의 모든 시간은 돌아보면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
그들의 말로가 어찌 될지는 나도 모른다. 그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다. 결국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오로지 한 사람, 그녀, 프레데리크만을 백방으로 찾았다. 그녀가 나를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녀의 편지를 기다렸다. 그녀는 아직 죽은 자들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을리라는 예감이 너무나 강했다. 그것 역시 우리가 받은 교육 덕택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포기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좋은 소식을 두려워하는 것.
아름다운 나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