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의 현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로드의 현실.

 

어제 이 책을 받아 들고는 기분이 좋았다.
귀여운 얘기들이 가득 할 거라는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만큼 현실적인 길고양이를 만날거라는 생각은 잠시 잊은 모양이다.

 
어릴 때 나도 길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그 때는 도둑고양이 라고 했겠지만.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아주 잘 빠진 검정고등어무늬에 코숏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고양이의 이름을 '나비'라고 지었고.
몇 달 간을 함께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말이다.
우리 집은 반 층을 올린 전원주택이고 지하실 창고로 썼는데.
그 당시에 성인개가 5마리나 있고, 강아지가 4마리나 있는 우리집 창고 반층으로 터를 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배포가 있는 고양이었다.   어미는 역시 강하다더니. ㅎㅎ

 

부모님은 지금도 우리가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싫어하시는데,
그 당시에는 가을에서 겨울이 시작 될 때였고, 새끼를 밴 걸 아신 부모님이 그냥 눈 감아 주신 것 같다. 아무리 고양이가 싫다 하셔도 곧 겨울이 올 텐데, 새끼를 벤 생물을 내 쫓을 순 없으셨던 거다.
그런 나비는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어떤 강아지도 발 들여보지도 못한 우리 집까지 들어 왔고,
아무도 모르게 풍금 발폐달 속에 새끼를 3마리 낳았다.
그리고 그 겨울-
우리 집 뒷 밭에서 새끼를 껴안은 채 죽었다.
새끼들이 먼저 죽고, 그 곁을 떠나지 못했던 어미도 함께 죽은 것 같다.
그 시체를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 동생과 통곡을 하며 울던 생각이 났다.

 

요즘은 확실히 길고양이가 많아졌다.
유기견도 많다고 하지만, 그만큼 고양이도 많아졌다.
책을 통해 안 거지만,
수명이 짧고, 그에 반해 번식력은 좋은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유기견이 됐다고 해도, 빠르게 번식하는 개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고양이는 옛날부터 영물[物] 이라고 싫어하는 어른들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영물이라는 말은 나쁜 게 아닌데 말이다.
신령 스럽거나, 약하고 영리한 동물을 일컫는 말인데,
그 말은 왠지 샤머니즘과 결부 되면서, 조상들에게 두려움의 상대로 비춘 게 아닐까?
솔직히 가장 둔한 동물이 인간아니겠는가,ㅎㅎㅎㅎ;;

 

아무튼,
난 이 책을 통해 _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는 법.
고양이가 임신을 2개월 한다는 것과 착상이 용의(?)하다는 것
어떤 생활 방식을 갖는 지도 훔쳐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책을 읽고 돌아오는 골목에서, 얼마나 기웃 거렸는지 모른다.
우리 동네에도 분명 길고양이가 많은 것 같았는데,
왜- 오늘 따라 안 보이던지. ㅎㅎ

 

하지만 집 앞에 널어져 있는 봉투 속의 음식을 보니,
고양이가 왔다갔고, 먹지는 못한 거 보니 누군가 고양이를 쫓은 모양이다.
늘 가게에서 먹다 남은 생수는 버렸는데-
내일 부터는 마시라고 내다놔야 겠다. ㅎ
가끔은 과자를 먹다가 고양이가 보이면 던져주곤 했는데, 왜 그렇게들 다들 도망가는지.
아마, 트라우마 때문에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 했을 거다.

 

사람만이 삶을 연명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다거나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이렇게 주변에 관심없이, 무엇인가를 우리의 기준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_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야생 동물의 로드킬을 다룬 <어느 날 그 길에서>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다. 이기적인 인간의 도로는 대부분 야생 동물의 영역위에 건설된 것이다. 그런데도 늘 인간은 자신들만이 이 땅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속도를 늦춰야 하는 것은 인간이고, 자동차이지 동물이 아니다. 동물은 언제나 자신만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제3부 여름   -  새로운 만남  중   Story27, 돌보던 아기 고양이, 로드킬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