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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은 글을 쓸때 연필로 쓴다. 왼손에는 지우개 오른손에는 연필을 쥐고 마치 부르도자가 흙을 밀고 가듯이 그는 그렇게 글을 쓴다. 그럴때 문장은 흙이 되고 연필을 쥔 김훈은 부르도자가 되는것인가? 글이 끝난후 그의 손은 흑연가루로 까맣게 변한다. 김훈의 글을 읽을때 나는 그 흑연의 질감을 느낀다. 읽는 도중 내눈은 문장의 첫행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문장을 읽을때 다시 한번 읽을 수 밖에 없는 글 읽기는 때론 당혹 스럽다. 하지만 그 당혹함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한 유혹이 된다.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김훈의 문장은 여전히 복잡하다. 그 복잡함속에서 그는 나름대로 치열한 질서를 유지 한다. 때로는 그 섬짓할 정도의 질서와 함께 파괴는 또다른 미학으로 여운을 남긴다. 열리고 닫히고 닫히며 열리면서 그는 줄곧 달려 간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때론 자전거 패달처럼 반복적인 힘과 함께 체인처럼 거슬러 가는 힘이 느껴 지며, 바퀴살 같은 세밀함속에 브레이크 같은 육중함을 함께 싣고 나간다. 김훈은 자전거 인가? 이것은 화두 같은 의문이다. 갑자기 김훈의 퀭한 큰눈이 떠오른다.